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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그때는] 1995년 라커룸에서 만난 박철순

김재현 기자

기사입력 2011-06-07 09:43 | 최종수정 2011-06-07 09:52


프로야구 출범 첫 해인 1982년 박철순은 24승이란 경이적인 기록으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MVP에 등극했다. 또한 그해 기록한 22연승은 단일시즌 세계기록이기도 하다. 박철순은 이렇게 한국 프로야구의 거장으로 우뚝 서며 마운드를 호령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1995년까지 박철순은 '불사조'라는 별명답게 불혹의 나이에도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평생을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였지만 뒤안의 모습은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철순이 마지막 선수생활을 하던 95년 가을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겁 없는 5년차 사진기자는 한국 최고의 투수를 락커룸에서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었다. 귀에 담배 한 개비를 꽂은 채 평상에 누워있던 그의 '무방비'한 모습은 기자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마운드에 서면 눈빛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했던 초강력 카리스마의 그가 지극히 평범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내 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상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철순은 갑자기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사진 찍는 시늉을 했다. "나도 좋은 카메라 하나 갖고 싶은데"라면서.

귀에 담배를 꽂은 채 카메라 파인더를 바라보는 한국 야구의 전설 박철순. 그 모습이 마치 동네 아저씨를 보는 듯 푸근하기만 하다.

bass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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