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주지훈(42)이 김희원과의 호흡에 두 뒤통수를 내놓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강풀 극본, 김희원 연출)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강풀 작가의 원작에 김희원의 감독 데뷔작으로 주목받았다. 주지훈은 극중 조명가게를 지키는 정원영으로 분해 극에 미스터리한 느낌을 더했다.
주지훈은 20일 스포츠조선과 만나 "저는 강풀 작가님의 팬이었고, 이 작품은 조연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가 다 있고, 그들의 시간대로 움직이고 또 절묘한 순간에 겹치게 된다. 단순히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상황으로서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강풀 작가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꽤 많은 작품이 열 명에서 스무 명의 작가들이 함께 작품을 쓰는데, 한 사람이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점에도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주지훈은 또 "처음부터 정원영을 저를 두고 쓰신 것은 아닌 것 같더라. 저보다 나이가 있는 배우가 해도 되고, 저보다 너무 어리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았다. 저 정도가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었다. 글을 봤을 때에도 아사모사했다. 감독님은 처음에 저에게 '너 하고 싶은 역할 해'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저는 '나는 이거 하겠다'고 했다. 저보다 한참 선배고 안목이 있으시다 보니 저에게 '네가 그거 할 줄 알았어'라고 하시더라. 원영이는 재미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가운데 앉아서 관망하는 느낌이 좋았다. 제 생각에 저희 작품을 보면 많은 감정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 작품은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보다는 배우의 연기는 후자이고 메시지가 선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연출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희원 감독과의 작업은 주지훈에게 새로운 만족감을 남겼다. 주지훈은 "김희원 감독은 정석이었다. 모두가 저렇게 해야 한다. 배우는 배우로서 역할을 하고, 감독은 감독으로서 역할을 하면 되고. 감독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아주 성실하게 해줬다. 희원이 형은 감독으로서 본인이 할 몫을 충실히 했다. 프리프로덕션을 충실히 하고 현장에 나오니, 이게 웬걸. 서로 얘기한대로, 설명한 그대로 찍기만 하면 되더라. 감동적인 이야기다"라며 웃었다.
눈빛을 가리고 연기하는 동시에 부녀간의 슬픈 서사도 보여줘야 했고, 심지어 노인의 분장까지 소화했던 주지훈이다. 김희원과의 작업에 무려 세 개의 패를 공개해버린 것. 주지훈은 "이정은 누나와의 연기에서는 노력한 것이 없다. 오히려 정은 누나가 걸어들어오는데 못 참는 것이 문제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싸움이었다. 제가 딸이 없으니 걱정도 많이 했다. 상황도 미묘하게 다르면서 내 안에 없는 감정이라 무서웠다. '이게 되나?' 했다. (김)희원이 형을 신뢰하니까 두려움을 나눌 수 있던 것이다. 심지어 이건 저의 첫 감정이었다. 그동안은 어떤 상황 속에서 내가 겪은 슬픔을 표현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가 슬픈 게 아니라 딸이 슬픈 것이다. 내 내 소중한 존재가 안쓰러워서 나오는 감정이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인 '내가 어떡하지'가 아니라, '쟤 어떡하지'의 감정을 처음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훈은 "이번에도 대본을 보면서 나중에 깨달았다. 내가 첫 아빠 연기를 했다는 것을. 너무 큰 무기를 던진 게 아닌가 싶었다. 대본을 보면서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빠지면, 신경을 못 쓰는 것 같다. 심지어 노인 분장도 나오는데 다섯 시간을 분장해서 짧게 나오더라. 희원이 형한테 내가 '여기서 내가 카드 두 개를 깠네'라고 했다. 심지어 노년의 모습은 닮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 아빠랑 똑같았다.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완전한 믿음이다. 김희원 감독의 작품이라면 두 발을 벗고 뛴다. "저는 희원이 형한테 말했다. 결과물도 봤잖나. 과정도 좋았고. '형이 하자고 하면, 대본 안 보고 한다'고 했다. 그 정도의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뒤통수 맞으면 안되는데. 하하"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