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고교생 천재'→'KBO패스 미국행'→'병역의무 기피자', 점점 꼬여가는 박효준의 커리어, '제2의 석현준' 되나

by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10년 전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꿈을 위한 선택'이라는 낭만 가득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기에는 현실의 결과물이 너무나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10년간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해온 박효준(28)이 '병역의무 기피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간 꿈을 이루는 건 고사하고, 자칫 병역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병무청은 지난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병역의무 기피자' 422명의 인적사항(이름, 연령, 주소, 기피일자, 기피요지, 법 위반 조항)을 공개했다. 여기에 야구선수 박효준이 포함됐다.

▶야구천재에서 10년 만에 병역법 위반 혐의자된 박효준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박효준은 2023년 3월 8일 기준 '허가기간 내 미귀국'으로 기피자가 됐다. 병역법 제94조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법령 조문은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제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①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제70조 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한 사람 또는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제83조 제2항 제10호에 따른 귀국명령을 위반하여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을 포함한다)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지난해 3월에 박효준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외교부는 4월에 박효준에게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를 송달했다. 그러나 박효준은 이에 불복하고 지난해 5월에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적 다툼이 박효준에게 그리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병무청이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박효준을 '허가기간 내 미귀국'으로 포함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박효준이 빨리 귀국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면 자연스럽게 혐의가 풀리고, 명단에서도 삭제된다. 그러나 계속 미국에 남는다면 병역법 위반자가 될 확률이 크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프랑스 리그1 스타드 드 랭스와 트루아AC에서 뛰었던 전 국가대표 출신 석현준(33)이다.

▶'신데렐라맨' 석현준이 보여준 배드 엔딩(bad ending)

석현준은 신갈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던 2009년에 네덜란드로 떠나 입단테스트를 거쳐 AFC아약스에 입단했다. K리그로 진출하거나 대학으로 진학하는 일반적인 루트를 따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약스와 미리 입단 합의가 된 것도 아니었다. 석현준은 혈혈단신 네덜란드로 건너가 자신의 힘으로 해외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신데렐라 스토리'로 크게 주목받았던 이유다. 그러나 이후 커리어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병역특례를 노렸지만, 이 계획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유럽 무대를 떠돌던 석현준은 2020년 12월 병무청이 공개한 '2019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오르고 말았다. '허가기간 내 미귀국' 사유로 역시 '병역법 제94조' 위반 혐의였다. 박효준 케이스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까지도 똑같다.

그러나 석현준이 맞이한 결말은 '배드 엔딩'이었다. 2021년 2월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병무청은 귀국을 독촉했고, 여권의 효력도 무효화됐다. 2022년 말에 귀국했지만, 12월 29일에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병무청의 해외 체류 허가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는 등 병역법 위반'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

결국 2023년 6월 1일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석현준은 항소했다. 2023년 10월 8일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다. 전과는 남았다. 사실상 선수 커리어도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박효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박효준이 애초부터 병역의무를 기피할 마음을 먹었다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10년 전 그의 앞에는 찬란한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듯 했다. 당대 최고의 '야구천재'로 불렸기 때문이다.

야탑고 야구부 1학년 때부터 주목받더니 2학년 때는 주전 유격수였던 '3학년 선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효준과 비교당했던 그 '3학년 선배'가 바로 2023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이었다. KBO리그 팀은 물론, 해외 스카우트들이 박효준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천재'로 평가했다.

결국 박효준은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2014년 7월, 3학년 여름에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빅리그 무대에서 날아다닐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미국 진출 7년 만인 2021년 드디어 양키스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그러나 딱 1경기, 대타로 나선 게 끝이다. 그나마 곧바로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돼 44경기나 소화할 수 있었다. 127타석에 나와 홈런도 3개나 쳤다. 그러나 선구안이 너무 낮았다. 타율은 1할대(0.197)였고, 볼넷 18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38개나 당했다.

이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2022년에는 23경기 51타석으로 출전기회가 줄더니 2023년부터는 아예 빅리그를 밟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68경기 타율 2할1리(179타수 36안타) 5홈런 20타점, OPS 0.637

올해는 오클랜드 산하 트리플A 라스베가스 에비에이터스에서 뛰었다.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4리, 9홈런, 55타점, 15도루. 마이너리그에서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성적이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환골탈태'급 대반전이 나오지 않는다면 빅리그 복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박효준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선택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계속 남아 봐야 '병역법 위반'을 피할 길은 거의 없다. 최지만이나 백차승처럼 영주권 혹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병역 의무를 피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을 택할 경우 수많은 비난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 박효준은 '꿈을 위한 선택'을 했다. 미국으로 갔다. 안타깝게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10년 전 '고교생 천재'는 지금 범법자가 될 위기다. 박효준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