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안 그래도 장현식을 보낸 자리가 굉장히 우리도 걱정스러웠는데, 단장님께서 전력 보강을 잘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이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KIA는 19일 키움 히어로즈에 현금 10억원과 2026년 신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마무리 투수 조상우(30)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IA는 핵심 불펜이었던 FA 장현식(29)이 LG 트윈스와 4년 52억원에 계약하고 팀을 떠난 가운데 빈자리를 채울 방법을 고민했고, 결국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봤던 조상우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KIA가 먼저 원해서 성사된 트레이드다. 심재학 KIA 단장이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1시간 전에 고형욱 키움 단장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이 자리에서 조상우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두 팀의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지난 16일과 17일 실행위원회가 열릴 때 급물살을 타면서 이날 매듭을 지었다.
이 감독은 조상우 영입 직후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단장님께서 모든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 보시고, 여러 분야 여러 파트에서 우리 팀이 내년 시즌에 가장 좋을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가 고심하시는 것을 많이 봤다. 조상우 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면서 움직이는 것을 봤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우투우타인 조상우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사회복무요원(2022~2023년)으로 군 대체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했다. 지난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KBO리그 9시즌 통산 성적은 343경기, 33승25패, 54홀드, 88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이다.
KIA 관계자는 "현장과 불펜 보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조상우는 150km대의 빠른공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하고 있는 검증된 투수이다. 그동안 KBO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만큼 향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워낙 좋은 투수고, 군대 다녀온 뒤로 작년 시즌에 조금 안 좋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볼 때는 본인이 가진 능력치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이 30살이기 때문에 엄청 좋은 능력을 지닌 친구라 생각해서 우리 팀에 오면 아무래도 팀 자체가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장현식을 보낸 자리가 굉장히 우리도 걱정스러웠는데, 단장님께서 전력 보강을 잘해 주셨다"고 했다.
조상우는 2020년 33세이브를 챙기며 생애 첫 세이브왕을 차지한 키움 대표 클로저였다. 자연히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23)과 경쟁 구도가 그려진다. 정해영은 2020년 1차지명 출신으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KIA의 뒷문을 지켰다. 프로 5시즌 통산 세이브가 벌써 121개에 이른다. 정해영은 만 22살에 KBO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당장은 정해영에게 마음이 기운 눈치였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조상우가 와서 만나보고, 정해영과 투수코치들하고도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웬만한 틀은 그대로 가지고 가려 하고 있다. 장현식 자리에 조상우를 넣을지, 아니면 조금 더 뒤로 미뤄서 넣을지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고 시즌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