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배우 설현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통해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호평 받고 있다. 작품 속에서 맡은 이지영 역할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설현은 자신만의 깊이 있는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을 울리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김설현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조명가게' 공개 기념으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가졌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연출 김희원/ 원작&각본 강풀/ 제작 미스터로맨스/공동제작: 무빙픽쳐스)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지난 1~4회에선 미스터리한 공포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했으며 뒤이어 공개된 5~8회에서는 반전 서사로 극적 재미를 더해 높은 몰임감과 뭉클함을 선사했다.
극 중 김설현은 연인 김현민(엄태구 분)을 잃었다고 믿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수상한 손님 이지영 역을 맡았다. 지영은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기억 속 벤치에 앉아 애인을 기다리던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지영이 각고의 노력 끝에 애인의 이름을 처음으로 말하게 되는 장면에서 설현은 섬세한 표정과 눈빛만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설현은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 울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며 "옴니버스식 구조라 다른 배우들의 촬영분량을 잘 몰랐는데, 제가 마치 다른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영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설현은 "장애를 가진 캐릭터라서 표현에 제한이 많았고, 처음부터 감정을 숨겨야 하는 설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데, 이 간극을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는 8부의 '버스 신'을 꼽았다. 설현은 "버스 신은 대사 하나하나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셨고, 테이크도 정말 많이 갔다"며 "그 신만큼은 감독님의 디렉션에만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관객들은 지영의 절절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설현이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그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이지영이라는 캐릭터가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 잘만 소화하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상대역인 엄태구와의 호흡도 전했다. 두 배우는 영화 '안시성'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 있다.
둘 다 말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라 촬영 대기시간에도 대화를 최소화하며 집중했다. 설현은 "(엄태구에) 일부러 다가가려 하지 않아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느낌이었다"며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고 그런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서로를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엄태구와 함께했던 행복한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태구 선배님은 부끄러워하시면서도 현민의 사랑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부끄러움 속에서도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가 좋았다"고 평했다.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에 대해서는 "연기도 하시니까 제 딴에는 더 긴장했다. 제 부족한 점을 모두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배우로서의 장점을 살려 출연진과 함께 캐릭터를 고민하며 세심한 연출을 이어갔다고. 설현은 "감독님이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하면서 '이 동선은 어떠니?'라며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셨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설현 배우의 얼굴이 촌스럽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설현은 유연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넘겼지만, 감독님께서 상처받을까 봐 나중에 설명을 덧붙여주셨다"면서 "더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다"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인 복잡한 캐릭터 지영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설현은 "장르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지영의 초반 대사 톤을 신경 썼고, 알 수 없는 여자의 모습이 돋보이도록 했다"며 "장애와 트라우마에 집중해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데뷔 10년 차 배우 설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생각은 매 작품 달라진다. 전 작품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였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설현은 가수 시절 '노래 잘한다'는 평가가 가장 좋았던 것처럼 "배우로서도 '연기 잘한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배역이 돋보이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명가게'를 통해 변화된 자신에 대해 "관객들이 진심으로 느끼게끔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