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래시포드가 최고의 선수로 남길 바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후벵 아모림(39) 감독을 앉힌 이유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아직 30대 후반의 나이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와 명확한 전술 플랜, 그리고 노련한 '선수 길들이기' 스킬이 부임 초반부터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팀에서 겉돌고 있던 간판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래시포드를 1월 이적시장에서 내칠 것처럼 하더니 돌연 팀에 남아주길 바란다며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18일(한국시각) '아모림 맨유 감독이 큰 재능을 지닌 래시포드가 다른 경쟁팀이 아닌 맨유에 남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며 팀 잔류 기회를 열어줬다'고 보도했다.
짐 랫클리프 구단주를 필두로 한 맨유 수뇌부는 시즌 초반 부진을 이어가던 텐 하흐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지난 11월 아모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아모림 감독은 부임 초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을 빠르게 휘어잡으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편했다.
결국 지난 16일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2대1로 격파하며 달라진 맨유의 모습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아모림 감독은 '철혈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특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훈련 태도도 성실하지 못한 '성골 유스' 래시포드를 명단에서 아에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역시 제외했다. 이를 통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했다.
이후 래시포드의 1월 이적설이 급물살을 탔다. 데일리 메일 등 현지 매체는 '맨유가 1월 이적시장에 래시포드를 매물로 내놓으려 한다. 래시포드는 아모림 감독 부임 이후 기량이 회복되는 듯 했지만, 결국 선발로는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트넘 홋스퍼 등이 래시포드를 노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래시포드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듯 했다. 래시포드는 맨시티전 명단 제외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맨유를 떠날 면 힘들겠지만,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맨체스터 더비 명단 제외는 처참했다. 그러나 끝난 일이고, 이겼으나 (팀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래시포드가 이렇게 백기를 들자 이번에는 아모림 감독이 다시 입장을 바꿨다. 데일리 메일은 아모림 감독이 래시포드에 대해 맨유에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림 감독은 "아직 래시포드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기 때문이다. 래시포드는 아직 우리 선수이며, 다음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래시포드가 최고의 선수로 맨유에 남아 미래가 아닌 현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원한다. 나는 그저 팀이 이기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난 태세를 취했다.
아모림 감독의 태도 변화는 결국 래시포드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플랜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골 유스'를 언제든 내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른 선수들 뿐만 아니라 래시포드의 각성을 촉구했고, 래시포드가 정작 팀을 떠나겠다고 하자 '최고의 선수가 되길 원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밀당의 고수라고 볼 만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