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력이 마지막 한장 남은 12월도 이제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 상당수가 지쳐있는 시기다.
직장에서는 업무를 그런대로 해내고 있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늘었다면, '토스트 아웃'을 의심해볼 만하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내면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인 '토스트 아웃'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burn-out)' 직전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다. 올해 SNS를 통해 밈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토스트 아웃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번아웃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갓생살기' 열풍으로 에너지를 쏟아낸 젊은층에서 이같은 상태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LG경영연구원에 내놓은 '경고등 켜진 한국 밀레니얼의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고 특히 30대 직장인들은 다른 세대보다 번아웃과 우울감을 더 자주 경험하며 정신건강 수준도 글로벌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는 크게 네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업무 및 장시간 근로: '워라밸' 중시에 대한 기성 세대의 편견으로 스트레스 가중, ▲연공서열 중심의 HR 체계에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 ▲ 저성장 시대 인사적체와 고직급화에 따른 승진과 성장의 기회 제한 ▲일과 가정의 균형 유지에 대한 큰 압박 등이다.
연구진은 밀레니얼의 정신건강은 조직의 분위기와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정신건강 문제는 창의성과 업무 몰입을 저해하여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은 조직 전체에 쉽게 확산되어 팀과 조직의 성과를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인재 이탈과 조직 평판 하락으로 이어지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상 부정적 평판은 채용 브랜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직장에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적 체력 강화를 돕는 회복 탄력성 제고 방안 마련, 조직 내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해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리더는 성과 관리뿐만 아니라 팀원의 웰빙을 지원해야 하며, 회사의 제도와 업무 방식을 개선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토스트 아웃' 혹은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휴가, 산책·독서·운동 등 취미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지나친 무력감으로 업무가 어렵거나 극심한 불면증 등에 시달릴 경우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