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FA 후안 소토를 놓친 뒤 본격 추진한 좌타 거포 영입에 성공했다.
ESPN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가 시카고 컵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겸 1루수 코디 벨린저를 영입했다. 후안 소토가 뉴욕 메츠로 떠난 뒤 톱클래스 선수들을 모으는 작업을 이어간 것'이라며 '컵스는 벨린저의 연봉 일부를 양키스에 보내면서 우완 코디 포팃을 받아 트레이드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컵스가 양키스에 내줄 현금은 500만달러. 벨린저는 내년 275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2026년에는 2500만달러의 선수옵션을 갖고 있다. 일단 컵스는 내년 연봉의 일부로 250만달러를 양키스에 주기로 했다. 그리고 벨린저가 2026년 선수옵션을 포기할 경우 250만달러의 바이아웃을 그에게 지급하는데, 옵션이 실행되면 해당 금액을 양키스로 보내 2500만달러 연봉에 귀속되도록 했다.
양키스는 소토와 FA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벨린저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흥미로운 것은 벨린저의 아버지 클레이 벨린저가 1999~2001년 양키스의 전천후 야수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양키스는 소토가 메츠와 계약한 직후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FA 시장에서 선발 맥스 프리드를 역대 좌완 최고액인 8년 2억1800만달러에 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리고 이날 벨린저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자 알뜰하게 전력을 보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벨린저의 포지션은 중견수 또는 1루수다.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벨린저는 주포지션인 중견수와 좌익수를 볼 수 있는데, 양키스가 루키 외야수 제이슨 도밍게스를 중견수로 쓴다면 좌익수를 맡을 공산이 크다. 또한 앤서니 리조가 FA 시장에 나가 비게 된 1루를 벨린저가 맡을 수 있는데, 양키스는 내부 자원인 벤 라이스를 쓰거나 FA 1루수 피트 알론소 또는 크리스티안 워커 영입도 추진할 수 있다.
컵스가 벨린저를 내보낸 것은 페이롤 감축 차원이다. 컵스는 지난 3월 FA였던 벨린저와 3년 8000만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2025년과 2026년을 모두 선수옵션으로 설정했는데, 벨린저가 내년 옵션을 실행하면서 계약이 유지됐다.
양키스는 소토의 자리를 벨린저가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런 저지,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함께 거포 삼각 편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벨린저의 양키스행은 1년 만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양측은 작년 겨울 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양키스는 벨린저의 2023년 성적을 보고 그가 요구한 7~8년 2억달러 이상의 조건을 들어주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협상 창구를 닫았다. 벨린저는 그해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95득점, OPS 0.881로 LA 다저스에서 MVP에 올랐던 2019년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양키스는 타구속도와 하드히트비율가 감소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벨린저측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맞히는 타격을 해 그렇다"고 했지만, 양키스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결국 벨린저는 컵스의 손을 다시 잡았고, 올시즌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내자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트레이드 대상으로 분류돼 양키스로 옮기게 됐다. 양키스로서는 2년치 벨린저의 연봉이 1년 전 가격과 다른데다 컵스로부터 500만달러를 보전받아 트레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벨린저는 올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266, 18홈런, 78타점, 72득점, OPS 0.751에 그쳤다. 벨린저의 평균 타구속도는 2019년 91.1마일에서 2023년 87.9마일로 줄었고, 올해는 87.8마일로 회복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드히트 비율 역시 2019년 45.9%에 달했지만, 2023년 31.4%에 이어 올해 32.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