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심 선고 공판 사흘을 앞두고 멀티골을 폭발한 황의조(32·알라니아스포르)의 운명이 해를 넘겨 결정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18일 황의조의 공판기일을 열고 선고기일을 내년 2월 14일로 연기했다. 검찰이 1심 선고를 앞두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변론이 재개됐고, 선고기일도 미뤄졌다.
황의조는 지난해 6월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공유한 네티즌을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황의조의 불법 촬영 정황이 포착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지난 7월 황의조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2년 6월~9월 4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다. 피해자는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의조는 지난 10월 16일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곧바로 결심 절차가 진행됐고,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간의 취업제한 명령도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황의조 측은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황의조가 피해자와 영상통화 중 몰래 녹화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황의조가 피해자에게 녹화 여부를 밝히지 않고, 피해자에게 촬영하게 했다는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또 황의조가 1심 선고를 앞두고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의 2억원을 법원에 공탁한 것도 지적했다. 형사공탁이란 형사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합의금 등을 맡겨두는 제도다. 검찰은 "피고인은 변론종결 후 피해자가 (합의금) 수령 및 합의 의사가 없다고 명확하게 밝혔음에도 2억원을 공탁했다"며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검찰은 첫 구형을 유지했다.
황의조 변호인은 "기습공탁이 아니다.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의조도 최후진술에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에 한해 선처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 "제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린다. 저를 아껴주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실망을 끼쳐드려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축구선수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겠다. 이번에 한해 최대한 선처해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황의조는 15일(한국시각) 열린 가지안테프와의 2024~2025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16라운드에서 후반 38분 교체투입대 2골을 작렬시키며 알라니아스포르의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임팩트는 강렬했다. 그는 투입된 지 5분 만인 후반 43분 팀의 두 번째골, 2분 뒤에는 피날레 골을 쓸어담았다. 황의조가 골맛을 본 건 10월 27일 안탈리아스포르(1대2 패)전 이후 49일 만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 축구에서 완전히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상 결격 사유를 규정한 제17조 4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거나,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는다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또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 운영 규정 제14조에서는 폭력, 성폭력,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를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 유형별 징계 기준을 살펴보면 '범행 과정을 촬영 또는 유포한 경우 등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 등 성폭력을 저지른 자에겐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처분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