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포크볼 달인'이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
2025년 달라지는 스트라이크존이 롯데에겐 호재가 될 수 있을까.
롯데가 '포크볼 성지'로 불린 건 언제부터일까. 야구계에선 조정훈(현 마산용마고 코치)이 다승왕을 차지한 2009년을 그 터닝포인트로 본다.
'포크볼'의 대명사 조정훈의 2009년은 '드라마' 그 자체다.
2008년까지의 조정훈은 포크볼러가 아니었다. 맞춰 잡는 능력을 가진 유망주였다. 대체선발로 등판해 완봉승을 따냈고, 후반기 선발진에 본격 합류하며 5승3패, 평균자책점 3.15로 잠재력을 뽐냈다.
이듬해 포크볼을 완성하고 마운드에 선 조정훈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7경기에 선발등판, 14승9패 평균자책점 4.05로 다승왕(삼성 윤성환, KIA 로페즈와 공동)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54개에서 175개로 3배가 넘게 뛴 탈삼진(2위, 1위 류현진)이 인상적이었다. 이해 최고투수상을 수상했고, 롯데를 가을야구에 올려놓았다.
조정훈의 파란 이후 팀 내에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가 급격히 늘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안경에이스' 박세웅은 과거에는 포크볼을 많이 구사했지만, 최근 들어 포크볼보다는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다. 그래도 매경기 10%안팎의 비율로 포크볼을 구사한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포크볼 강자가 등장했다. 나균안이다.
원조 포크볼러 조정훈 코치는 지난해 스포츠조선에 "올해는 나균안이 리그에서 가장 포크볼을 잘 던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할 당시 나균안은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주목받았다. 특히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지난해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서면서부터 포크볼의 비율을 1대1에 가깝게 끌어올렸고, 그러면서 수준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올해 끝없는 부진에 빠졌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평균자책점 8.51로 추락했다. 내년에는 김진욱 정현수 박진 등과 선발 한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불펜 핵심 트리오는 모두 포크볼러다.
김상수-구승민-김원중은 하나 같이 포크볼이 주무기인 투수들. 특히 구승민과 김원중은 올해 직구보다 포크볼을 더 많이 던진 경기가 심심찮게 있다. 올 한해 붕괴된 롯데 불펜을 지탱한 핵심 베테랑들이지만 세 선수 모두 지난해보다 성적이 하락했다. 특히 구승민의 시즌초 부진이 심각했고, 마무리 김원중 역시 7월 한달간 5경기 연속 구원 실패라는 악몽을 겪었다.
롯데는 시즌이 끝난 뒤 김민석이 포함된 2대3 트레이드로 두산에서 정철원을 영입했다.
정철원은 직구 비율이 압도적인 투수지만 역시 첫번째 변화구는 포크볼이다. 롯데 핵심 불펜진 직구-포크볼 투수 비중이 더욱 높아진 셈. 정철원 또한 2022년 신인상 수상 이래 커리어로우의 한해를 보냈다.
올시즌 KBO리그에 전 세계에서 처음 도입된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스트라이크존은 '너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각형의 꼭짓점 부분에 해당하는 좌우 하이존 때문에 선수나 사령탑이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론 KT 고영표처럼 떨어지는 변화구와 낮은 쪽 존을 주무기로 하던 투수들도 전체적으로 손해를 봤다.
KBO 실행위원회는 이 같은 피드백을 반영하는 한편 올시즌 ABS 존을 비교분석, 내년 시즌부터 존을 0.6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존의 중간면, 끝면, 좌우 폭 등 다른 크기 변화는 없다. KBO는 "1m80 키를 지닌 선수의 경우 존이 (올해 대비)1cm 가량 아래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포크볼러가 마운드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롯데로선 긍정적인 변화다.
롯데는 올겨울 내부 FA 2명(김원중 구승민)을 모두 붙잡았고, 빅터 레이예스-찰리 반즈와의 재계약, 새 외인 터커 데이비슨 영입을 통해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쳤다. 내년에는 2017년 이후 첫 가을야구에 오를 수 있을까. 마음은 이미 봄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