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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희 한체대 교수"초고령사회 노인체육 활성화,내미래를 준비하는 일"[8899근테크③-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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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대한민국은 노인 1000만 시대,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이 화두인 시대, '8899(88하게 99세까지)'한 노년의 필수요소는 바로 근력. 근육량은 보통 30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30%, 80대가 되면 무려 50%까지 급감한다. 몸 건강, 정신 건강과 직결되는 '근력'에 대한 투자, '근테크'는 행복한 노년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9개 종목 620개소, 17개 시도 220개소에서 60세 이상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어르신 생활체육교실 및 페스티벌' '어르신 체조교실'을 운영했다. 시니어들에게 근력은 활력, 운동은 '삶'이자 '밥'이다.

지난 2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송파구 한체대 필승관, 한겨울 칼바람 속 시니어들의 아침운동 열기가 뜨거웠다. 걷기로 몸을 푼 후 짐스틱을 이용한 '고강도' 수업을 이어갔다. 분명 65세 이상을 위한 수업이라고 했는데 나이를 짐작키 어려웠다. 탄탄한 몸, 꼿꼿한 자세, 스쿼트 몇 세트를 거뜬히 해내는 체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50대로 보인다'는 찬사에 이들은 "40대로 보일 줄 알았는데…"라며 하하 웃었다. 에너지가 넘쳤다. "저와 함께 10년 이상 운동하신 분들이에요." 박채희 한체대 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가 미소 지었다.

박 교수가 운영하는 한체대 55+체육센터 프로그램. 박 교수는 2001년 스물아홉 살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노인 운동생리학의 구루' 보이텍 호치코자이코 교수(68)를 만났다. 호치코자이코 교수가 매일 새벽 6시 운영하는 '라이프타임 피트니스'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3년간 함께한 후 귀국한 박 교수는 2012년 한체대 평생교육원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시니어들의 운동 현장을 직접 이끌며 변화를 연구했다. 박 교수는 "당시만 해도 미국과 한국은 환경이 전혀 달랐다. 미국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겠구나 했다"고 털어놨다. 10여 년간 박 교수는 낮은 자세로 현장을 관찰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2022년 대한체육회 '대한민국 노인체육 스포츠로 다시 쓰다' 포럼을 하면서 '이제야 시대가 변했구나' 체감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12년의 노하우를 결집, 지난해 노인체육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기업 '55+체육센터'를 설립했다. '국립대' 교수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일념과 노인체육 연구자의 자세로 도전중이다. 한체대 출신 시니어 스포츠 전문 강사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15명 정원, 3개월 코스로 진행되는 건강강화반, 건강증진반, PT반은 입소문을 타고 대기자가 줄을 섰다. 오주영 강사는 "시니어 수업에서 중요한 건 첫째 '회원의 세대적.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운동 동작을 선별해 지도하는 것' 둘째, '지속적인 운동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라고 강조하면서 "시니어 전문 운동강사로서 저보다도 더 운동을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회원님들을 뵐 때면 그들이 노년기를 대하는 자세에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됐다. 초고령 사회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스포츠가 답"이라고 했다. 시니어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느낀 점을 묻자 박 교수는 "10년간 운동을 꾸준히 하신 분들은 자세가 정말 좋다. '피지컬 리터러시(신체 문해력)'라는 말처럼 자신의 몸을 잘 쓸 줄 아신다. 힘들게 살아오신 어른들에게 스포츠와 운동의 쾌감을 맛볼 기회를 드리는 것, 그게 진정한 평등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시니어 스포츠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포츠지도자 국가자격증이 어르신 맞춤형 지도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나이라도 다 다르다. 스포츠를 하는 건강한 노인, 스포츠를 하기 위해 체력 단련을 하는 노인, 건강 회복을 위해 재활 운동을 하는 노인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건강하지 않으신 분들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데 전문가에게 지도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노인 누구나 운동 전문가에게 지도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인들의 경우 단순한 운동뿐 아니라 심리, 생리, 사회적 측면의 이해가 필수다.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스킬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르신들을 지속적으로 스포츠에 스며들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노년의 운동은 취미를 넘어 곧 삶의 질"이라고 규정했다. "일상에서 내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사회에서 독립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과 직결된다. 요즘 어르신들은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회적 건강과 독립적인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도록 시니어 전문 지도자와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년을 신청한 올해, 수원의 한 복지관에서 '피클볼' 시니어 동아리 연구에 매진중인 박 교수는 "노인들도 1인 1종목 시대다. 누구나 평생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 종목'이 따로 없듯 '노인 종목'도 따로 없다. 인식을 바꾸면 된다. 모든 종목의 강도를 조절하고 유니버설하게 만들면 된다"고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고, 그 젊은 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국가, 지역사회가 원하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운동, 스포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교수는 "노년의 운동은 밥이다. 매일 밥 먹듯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신체활동이든 운동이든 스포츠든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는 인간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수단이자 지향점이다. 스포츠를 함께 하면서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인식도 바뀐다. 초고령사회, 노인들이 많아진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운 좋은 사람만이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된다는 축복, 스포츠를 통해 누구나 건강한 신체, 건강한 관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노인체육을 전공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감사하다"며 웃었다. "30~40대 때는 잘 몰랐다. 50대를 넘어서니 시니어들의 미래가 곧 내 미래, 우리의 미래다. 지금 열심히 사회와 문화를 바꿔놓으면 우리를 포함한 다음 세대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체육관 문을 나서는 7080 회원들을 향해 박 교수가 외쳤다. "100세까지 함께 운동하셔야 해요. 10년 후엔 저도 함께 할게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