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구)자욱이 형과 (강)민호 형이 원천 봉쇄해 줬다. 계속 같이 하자고, 꼭 필요하다고."
삼성 라이온즈 만능 내야수 류지혁(30)이 프로 데뷔 14년 만에 제대로 꽃을 피웠다.
삼성은 16일 내부 FA 류지혁과 계약기간 4년, 계약금 3억원, 연봉 17억원, 인센티브 6억원 등 총액 26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류지혁은 내야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슈퍼 유틸리티로 수비 가치가 매우 높은 선수. 하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보장 금액만 20억원에 이르는 FA 대박을 터트릴 줄은 선수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류지혁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 두산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신인 시절부터 탄탄한 수비력으로 눈길을 끌었고, 일찌감치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프로 4년차였던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백업 생활을 시작하면서 1군 기회를 늘려갔다.
다만 타격에서 꾸준하지 못해 백업과 주전의 경계를 쉽게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류지혁은 2020년 시즌 도중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류지혁은 KIA에서 뛴 3시즌 동안 290경기, 타율 0.275(916타수 252안타), OPS 0.703, 100타점을 기록했다.
류지혁은 3년 사이 주전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서는 동시에 중간 나이 선수로 KIA의 어린 선수들을 리드하면서 인성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지금은 KIA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한 김도영이 2023년 시즌 도중 류지혁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될 때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로 선수들 사이에서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삼성 이적 후에도 류지혁의 가치는 빛났다. 보이는 모습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삼성 이적 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동료 선수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류지혁은 FA 계약 직후 "자욱이 형과 민호형이 (이적 생각을) 원천 봉쇄해 줬다. 계속 같이 하자고, 꼭 필요하다고, 어디 가지 말라고 얘기해줬다"며 동료들 덕분에 다른 팀으로 떠날 생각은 바로 접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두산부터 KIA, 삼성까지 3팀을 거친 류지혁은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가 보여주는 실력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왔던 선수다.
류지혁은 "야구장에서 실력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을 어떤 얼굴로 만들지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평소 그런 것들을 신경을 쓰는데 그걸 봐주셔서 내가 헛된 야구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류지혁은 지난해 삼성으로 이적할 당시 "KIA에서 못했던 야구를 여기서 하려 한다. 후배들이랑 더 돈독하게 지내면서 편한 선배가 되고 그렇게 야구하고 싶다"며 "한 자리를 차지해서 돋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나 같은 (전천후) 선수도 있어야 팀이 돌아간다. 나 같은 선수도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류지혁은 삼성에서 2시즌 통산 166경기에서 타율 0.263(537타수 141안타), OPS 0.654, 64타점을 기록했고, 본인 말대로 삼성에 전천후 선수의 가치를 입증하면서 좋은 대우를 받고 앞으로 4년 더 삼성에서 자신의 야구를 펼칠 기회를 얻었다.
푸른색 유니폼을 계속 입게 된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계약 후 일성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고 기쁘다"는 함박 미소였다.
운명 같은 삼성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트레이드 되고 나서 얼른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에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대박 계약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가족들도 함께 기뻐하고 있다. 류지혁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또 파란색을 너무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FA 대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다음 목표가 분명하다.
류지혁은 "아직도 한국시리즈에서 진 것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삼성에 남게 돼서 너무 행복하고, 팬 여러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야구장 많이 찾아와 주셔서 라이온즈파크에서 뛰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