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아니 한 달 전에 해프닝이 있었어요."
KIA 타이거즈는 지난달 일찍이 새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30) 영입설과 마주했다. 소문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올러 본인. 미국 휴스턴 지역매체 기자인 애리 알렉산더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13일 'FA 우완 올러가 KBO 챔피언인 KIA와 2025년 시즌 계약을 마쳤다'고 보도했고, 올러가 해당 내용을 본인 SNS에 공유하면서 공식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KIA는 크게 당황했다. 올러가 여러 영입 후보 가운데 하나는 맞았지만, 확실한 계약 성사 단계는 아니었기 때문. 올러 측에서 조금 서두른 감이 있었을 정도로 한국행에 적극적이었고, 올러는 SNS 공유 내용을 곧 삭제했다.
올러의 바람은 한 달을 꼬박 기다려 이뤄졌다. KIA는 16일 올러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계약했다. 100만 달러는 KBO 신규 영입 외국인 선수에게 구단이 안길 수 있는 최고액이다.
KIA 관계자는 올러와 계약 성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 달 정도 전에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 리스트에 있는 선수라서 접촉을 하는 단계였는데, 선수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계약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선수가 SNS에 우리 구단과 계약했다는 내용을 올린 적이 있다"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는 맞았다. 당시는 올러 외에도 후보로 지켜보는 선수가 있었는데, 올러가 가장 낫다고 구단에서 판단해 지금 계약까지 이어졌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며 올러의 의지를 높이 샀다.
올러는 미국 텍사스주 컨로우 출신 우완 투수로 키 193㎝, 몸무게 102㎏의 체격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22년부터 최근 3시즌 연속 기회를 얻었고, 마이너리그(이하 트리플A)에서는 4시즌 동안 뛰었다.
메이저리그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2022년 데뷔해 2시즌을 뛰었고, 올해는 마이애미 말린스로 팀을 옮겨 주로 선발투수로 나섰다. 모두 36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해 5승13채, 136⅓이닝, 95탈삼진, 평균자책점 6.54를 기록했다. 3년 연속 기회를 얻긴 했으나 빅리그에서 꾸준히 버티기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트리플A에서는 통산 57경기(선발45경기)에 등판해 21승9패, 242⅔이닝, 253탈삼진,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했다. 올러가 트리플A 수준에 준하는 KBO리그에서 어느 정도는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KIA는 "올러는 시속 150㎞대의 위력적인 빠른 공과 각이 큰 변화구를 바탕으로 한 탈삼진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올러의 9이닝당 탈삼진 수는 트리플A에서 9.4개, 빅리그에서 6.3개였다.
올러가 한국행에 적극적이었던 배경에는 최근 KBO 출신 외국인 투수들의 역수출 성공 신화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에이스였던 메릴 켈리가 201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해 2선발까지 성장한 게 가장 컸다. 미국 언론은 KBO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빅리그 경력이 전혀 없었던 켈리가 애리조나 2~3선발급으로 변화한 과정에 주목하면서 '한국에서 꾸준한 선발 등판 기회'를 성장의 키포인트로 꼽았다. 켈리 이후로도 두산 베어스 출신 크리스 플렉센(시카고 화이트삭스), NC 다이노스 출신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와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계보를 이었다. 그러면서 최근 빅리그 경험이 꽤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KIA는 올러를 영입하면서 다음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을 마쳤다. KIA는 앞서 1선발 제임스 네일과 총액 180만 달러(약 25억원)에 재계약을 마치고 더 탄탄한 2선발을 찾는 과정에 있었다. 네일은 KIA에서 첫 시즌이었던 올해 26경기에서 12승5패, 149⅓이닝, 138탈삼진,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막바지 턱 부상 탓에 온전히 풀타임을 치르진 못했지만, 마운드 위에서 구위와 라커룸에서 인성 모두 호평을 받으며 잔류에 성공했다.
KIA 관계자는 "올러는 네일과 함께 선발투수로 원투펀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며 영입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출전 경기 모두를 선발로 등판한 만큼 선발 경험도 많은 선수다.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며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