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45분이면 충분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구단 역사상 최고의 도우미로 등극했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턴의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턴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전반에만 5골을 폭발시키며 5대0 대승을 거뒀다. 최근 유로파리그 포함, 5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던 토트넘은 모처럼 시원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승점 23을 기록, 골득실에서 브렌트포드를 제치고 단숨에 10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사우스햄턴은 3연패 포함, 최근 6경기서 1무5패의 부진에 빠졌다. 그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손흥민의 원맨쇼가 빛났다. 이날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45분 동안 1골-2도움, 무려 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반 10분 슈팅으로 예열을 마친 손흥민은 2분 뒤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머리 맞고 앞으로 떨어지자, 지체 없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니어 포스트로 향한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듯 포효 세리머니를 펼쳤다. 리그 6호골이자, 시즌 6호골.
손흥민은 25분 가볍게 내준 패스가 도움으로 연결됐다. 파페 사르가 과감한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 통산 67호 도움, 토트넘은 이 도움으로 레전드인 대런 앤더튼과 동률을 이뤘다. 토트넘 역대 도움 공동 1위가 됐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기어코 도움 1개를 더 추가했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절묘한 오른발 아웃프런트 패스로 제임스 메디슨에게 볼을 연결했다. 메디슨이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골을 만들어 냈다. 손흥민의 시즌 6호 도움. 손흥민은 앤더튼을 넘어 토트넘 역대 도움 1위로 올라섰다. 토트넘도 SNS를 통해 토트넘의 새로운 도움왕이 된 손흥민을 축하해줬다. 앤더튼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토트넘에서 뛰었던 전설적인 측면 미드필더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많은 활동량과 정교한 크로스를 주무기로 했다.
손흥민은 EPL 역대 도움 단독 17위로 뛰어올랐다. 손흥민 위로는 앤디 콜(73개), 애슐리 영, 티에리 앙리(이상 74개), 테디 셰링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76개) 등이 자리해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연내 따라 잡을 가능성도 있다. 득점 역시 EPL 통산 125호골로 '전설' 니콜라스 아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EPL 역대 득점 공동 18위가 됐다. 손흥민은 전반 종료 후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아웃됐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만 뛰며 31번의 터치를 했다. 45분 동안 무려 7번의 슈팅을 날렸는데, 그 중 유효슈팅이 4개였고, 1골을 만들어냈다. 패스 기록도 엄청났다. 16번의 패스를 시도해 15번의 패스를 성공시킨 그는 무려 94%의 성공률을 보였다. 그 중 키패스는 3번에 달했고, 도움은 2개를 기록했다. 크로스와 롱패스도 1개씩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사우스햄턴을 상대로 또 다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우스햄턴 킬러' 다운 면모를 보였다. 손흥민은 사우스햄턴전 통산 18경기에서 13골-8도움을 기록했다. 사우스햄턴은 손흥민의 프로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팀이다. 2020년 9월 펼쳐진 경기에서는 무려 4골을 몰아치기도 했다.
당연히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기계식 평가를 하는 곳에서는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다. 후스코어드닷컴은 만점에 가까운 무려 9.7점을 줬다. 소파스코어도 9.3점을 줬다. 모두 경기 최고 평점이자, 팀내 최고 평점이었다. 다만 풋몹은 9.2점의 메디슨 다음으로 높은 9.1점을 줬다.
정성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풋볼런던은 멀티골을 올린 메디슨과 함께 최고인 9점을 줬다. 풋볼런던은 '전반 동안 1골-2도움을 포함해, 또 다른 골에도 관여했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런던이브닝스탠다드 역시 '1골-2도움과 두번의 날카로운 슈팅을 기록한 후 카라바오컵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며 팀내 최고인 9점을 줬다. 90Min과 익스프레스는 10점을 준 메디슨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9점을 줬다.
경기 후 공식 맨오브더매치(MOM)도 손흥민의 몫이었다. 손흥민은 46.4%의 득표율로 32.9%의 메디슨을 따돌리고 사우스햄턴전 최고의 선수가 됐다.
홈팀 사우스햄턴은 4-3-1-2 전형으로 나섰다. 카말딘 술레마나와 아담 암스트롱이 투톱을 이뤘다. 타일러 디블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중원에는 플린 다운스, 마테우스 페르난데스, 조 아리보가 자리했다. 포백은 라이언 매닝, 얀 베드나렉, 테일러 하우드-벨리스, 카일 워커-피터스가 구성했다. 알렉스 맥카시가 골문을 지켰다.
원정팀 토트넘은 특유의 4-3-3으로 맞섰다. 도미닉 솔란케를 축으로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가 좌우에 섰다. 중원에는 메디슨-사르-루카스 베리발이 자리했다. 포백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새로운 진형을 꾸렸다. 데스티니 우도기,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제드 스펜스가 자리했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토트넘이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넣었다. 스펜스가 돌파하며, 뒷공간으로 파고들던 메디슨에게 멋진 패스를 보냈다. 메디슨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넣었다. 시작 38초만이었다.
기세를 탄 토트넘은 계속해서 사우스햄턴 골문을 두드렸다. 10분 손흥민의 날카로운 슈팅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사르가 넘긴 볼을 잡은 손흥민은 니어 포스트를 공략하는 절묘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아쉽게 골키퍼에 막혔다.
감각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2분 뒤 기어코 득점에 성공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를 잡아 뛰어들며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대로 사우스햄턴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의 2-0 리드.
토트넘은 멈추지 않았다. 14분에는 기점 역할을 했다.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손흥민이 잡았다.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혼전 상황 중 흐른 볼을 쿨루셉스키가 밀어넣었다. 14분만에 3-0 리드를 잡았다.
당황한 사우스햄턴은 15분 술레마나를 네이선 우드와 교체했다. 토트넘의 공세는 계속됐다. 25분 네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사르가 돌파 후 강력한 슈팅으로 4-0 리드를 만드는 골을 기록했다. 사우스햄턴 팬들은 야유를 보내며 경기장을 떠났다.
토트넘에 변수가 생겼다. 주전 왼쪽 풀백 우도기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결국 28분 페드로 포로와 교체됐다.
사우스햄턴은 만회골을 위해 나섰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토트넘은 곧바로 반격했다. 34분 손흥민이 아쉬운 찬스를 놓쳤다. 메디슨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사우스햄턴은 40분 매닝의 크로스를 받은 암스트롱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골키퍼에 걸렸다.
손흥민이 또 한번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다. 43분 스텝오버 후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분 뒤 또 한차례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아쉽게 득점에 실패한 손흥민은 추가 도움에 성공했다. 추가시간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로 메디슨의 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전반에만 1골-2도움을 기록했고, 토트넘은 5-0 리드를 잡았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빼고 브레넌 존슨을 넣었다. 토트넘은 무리한 압박 보다는 라인을 내리며, 체력 안배에 힘을 쏟았다. 전반 보다는 확실히 루즈한 양상의 경기가 진행됐다. 사우스햄턴은 17분 매닝을 빼고 스기와라 유키나리를 넣었다.
토트넘도 어린 선수들을 투입해 굳히기에 나섰다. 32분 스펜스 대신 2005년생 수비수 알피 도링턴이 투입됐다. 메디슨도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나왔다. 34분 사우스햄턴은 디블링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35분에는 페르난데스가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지만,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가며 무산됐다.
토트넘은 37분 솔란케를 빼고 윌 랭크셔까지 투입됐다. 3분의 추가시간이 더해졌고, 사우스햄턴이 막판까지 만회골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는 결국 토트넘의 5-0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선수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았다. 선수들이 보상 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며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모든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하지만 내 기록 보다는 이날 뛴 베리발, 그레이 등이 스포츠타리으트를 받는게 더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고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기 위한 길이다. 더 잘할 선수들이다. 칭찬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합류할 양민혁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기 보다는 양민혁이 와서 느껴봐야 한다. 사람이 항상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야 배울 수 있다. 어려운 시간, 좋은 시간도 있겠지만,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