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식사마'가 '난놈'을 잡았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5일 베트남 비엣찌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의 2024년 아세안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라오스를 4대1로 완파한 베트남은 2연승에 성공하며 B조 선두로 뛰어올랐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1승1무1패로 2위로 밀려났다.
미쓰비시컵은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이 지역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다. 2018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대회가 됐다. 당시는 스즈키컵이었다.
두 한국인 감독의 대결로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인도네시아 축구의 영웅이다. 2020년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은 신 감독은 16년만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데 이어, 사상 첫 월드컵 3차예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도 아쉽게 본선행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최고인 4위까지 올려놓았다.
분신과도 같은 전북 현대에서 물러난 후 야인으로 지내던 김상식 감독은 올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다. 부진한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한 후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을 한국인 감독을 찾던 베트남 축구협회는 김 감독을 점찍었다. 부임 후 새판짜기에 나선 김 감독은 러시아 등 강호와의 맞대결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최근에는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전북, 대구 등과 연습경기를 하며 미쓰비시컵에 대비했다.
둘은 선후배 사이다. 과거 성남 일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지도자 변신 후에는 첫번째 맞대결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116위의 베트남이 125위의 인도네시아보다 높지만, 최근 흐름상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절대 우위에 있어 예측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신 감독을 압도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베트남은 전반 무려 70%가 넘는 점유율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를 시종 몰아붙였다. 슈팅도 8개나 날렸다.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응우옌 띠엔린의 결정적인 헤더가 상대 골키퍼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인도네시아는 불운까지 겹쳤다. 전반 막바지 미드필더 리발도 팍파한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신 공격수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급하게 들어갔다.
후반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베트남의 주도 속 경기가 이어졌다. 0-0 팽팽한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32분, 마침내 베트남이 선제골을 넣었다.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띠엔린이 가슴 트래핑 후 수비 태클을 피해 공을 연결했다. 박항서 감독 시절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던 꽝하이가 잡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베트남은 이 골을 잘 지키며 1대0 승리를 마무리했다. 베트남은 우승을 위한 순항을 이어갔다.
한편, B조에서 또 다른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라오스는 앞서 열린 필리핀과의 홈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하혁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라오스는 전반 34분 상대 자책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32분 산드로 레예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아쉽게 비겼다. 라오스는 B조 최약체로 분류됐지만, 3경기에서 승점 2를 따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줘 승점 1을 따내는 데 그쳤다.
미쓰비시컵은 총 10개 팀이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2위까지 4강에 올라 준결승, 결승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