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하나은행 K리그 2024' 시즌이 끝난 후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사이에서 K리그1 강원, K리그2 충남아산과 충북청주 등 세 곳의 감독 선임 '오피셜'에는 공통점이 있다. 2024시즌까지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맡은 수석코치가 내부 승격을 거쳐 지휘봉을 잡았다. 국가대표 출신 정경호 감독이 '돌풍 시즌 2'를 노리는 준우승팀 강원을 맡았고, 배성재 권오규가 각각 1부 승격을 노리는 충남아산과 충북청주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이 내부 승격을 결정한 이유는 확실하다. '연속성'과 '안정성'이다. 정 신임 감독은 2023년 6월 윤정환 전 감독과 함께 강원에 입성해 1년 반 동안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다. 흔히 구기 종목에서 감독은 '아빠', 수석코치는 '엄마'에 비유하는데, 감독이 큰 틀에서 팀을 이끌었다면 정 감독은 '디테일'을 만졌다. 톡톡 튀는 전술 전략 아이디어를 제시했을뿐 아니라 2024년 돌풍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마음도 어루만졌다. 강원 선수 개개인의 특징, 라커룸 분위기, 전력 보강 필요 지점, 프런트와 선수단의 관계 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정 감독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없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건네받아 내년 1월부터 튀르키예 동계 전지훈련에 임하면 돼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배 감독도 2024시즌 충남아산이 K리그2 준우승을 차지해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전남으로 떠난 김현석 전 충남아산 감독의 '브레인'으로, 적재적소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충남아산의 전술이 배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벤치 자리만 바뀌었을 뿐, 충남아산이 2025시즌에 펼쳐보일 축구는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권 감독은 2023년부터 최윤겸 감독이 물러난 2024년 10월까지 1년10개월간 충북청주 수석코치를, 10월 이후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진 감독대행을 역임했다. 감독 선임 발표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주도적으로 선수 영입에 관여하는 등 새 시즌에 준비에 발 빠르게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장점만큼이나 내부 승격의 단점도 분명하다. 보통 내부승격으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정식 사령탑 경험이 없는 젊은 지도자일 확률이 크다. 실제로 정 감독은 44세, 배 감독은 45세, 권 감독은 41세로 젊은 축에 속하는 지도자이고, K리그에서 정식 사령탑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복수의 지도자들은 '감독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석코치로 역할을 잘 해낸 지도자일지라도 수장이 되어 팀을 이끄는 건, 하나의 팀이 아닌 리그 전체를 바라봐야 하고, 팀을 흔드는 내외부 요인과도 싸워야 하는 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강원, 충남아산, 충북청주는 일단 '전 수석코치, 현 감독'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 이들이 어떤 성적을 낼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텐데, 2024시즌 안양의 사례를 따르면 '대박'이다. 2023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은 이우형 현 안양 테크니컬디렉터의 수석코치를 지낸 유병훈 감독은 부임 1년만에 안양의 숙원인 1부 승격을 이끌었다. 반대 케이스는 K리그1 정규리그 10위 전북과 12위 인천이다. 김두현 전북 감독과 최영근 인천 감독은 최근 각 구단의 수석코치로 좋은 역할을 한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아 시즌 도중 '소방수'로 부임했지만 반등을 이끌진 못했다. 전북은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간신히 잔류했고, 인천은 2부로 강등됐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