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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대상 수상자를 만나다] "제 꿈은 '통합'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것", 장곡고에 통합체육을 심은 이수형 교사의 도발적인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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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체육, 인생의 버팀목이 된다'. 학교체육에 대한 선생님의 헌신과 학생들의 열정이 어우러지면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운 체육시간, 체력을 기르며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진정한 학교체육의 참모습이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주최하고, 스포츠조선과 학교체육진흥회가 주관하는 '2024 학교체육대상'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어 스포츠조선은 학교체육진흥회와 함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각 분야 대상의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이들이 펼쳐나가는 특별한 체육교육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편집자주>

"저는 궁극적으로는 '통합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설이 전국을 뒤덮은 탓에 극심한 교통 대란을 겪어야 했던 지난 11월 27일. 경기도 시흥시 장곡고등학교 체육관은 학생들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제2회 장곡고 어울림 학교스포츠축제(보치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보치아 경기에 진심인 장곡고 학생들이 1, 2학년부로 나눠 통합 체육수업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날이었다. 각 반별 대표선수들은 반 친구들의 힘찬 응원 속에 공을 던졌다. 1구 1구가 나올 때마다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마치 지난 9월 기자가 직접 현장에서 취재한 2024 파리패럴림픽 보치아경기장의 응원열기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장곡고등학교가 마치 '보치아 특성화고'인 것만 같았다.

보치아는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다. 1984년 LA패럴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현재까지 패럴림픽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 뿐만 아니라 각종 운동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널리 퍼진 스포츠다.

이런 보치아가 장곡고에 이렇게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퍼지게 된 데에는 이수형 특수교사의 노력이 있었다. 4년 전 처음 장곡고에 부임한 이 교사는 특수체육을 전공하고, 장애 학생들의 체육 수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가 처음 장곡고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통합체육'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개념적으로는 모든 교사들이 이해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이를 실제로 시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수형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음 부임한 뒤에 한동안 특수학급의 체육수업을 맡아 소수의 장애학생들만 데리고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비장애 학급의 단체 체육수업, 구체적으로는 야구 수업을 보더니 '선생님 우리도 저런 단체 활동을 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비장애 학생 수업을 진행한 체육 선생님께 찾아가 '저희도 동참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질문 하나가 장곡고의 문화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이수형 교사의 용기 있는 제안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제안을 편견 없이 선뜻 받아들여 준 동료 체육교사들의 이해심이 큰 모티브가 됐다.

결국 장곡고는 이후 꾸준하고 다양한 형태의 통합체육 수업을 개발하고 진행해 지금은 '통합체육'이 하나의 학교 문화이자 특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수형 교사는 이런 변화의 과정과 성과를 제출해 교육부가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조선이 주관하는 '2024 학교체육대상'의 특수체육교육 활성화 분야, 통합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장곡고에서는 이제 '통합체육'이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잡았다. '장곡고 어울림 학교스포츠축제' 같은 행사가 2년째 이어져 온 것도 이런 배경 덕이다.

그러나 이수형 교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도전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통합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통합'이라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애, 비장애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배움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죠. '통합'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 오길 바랍니다. 제가 그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통합'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시대, 이수형 교사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시기야말로 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지워지는 때일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