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연기를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다"던 이상희(41)의 수상 소감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이상희는 조선족 출신이자 로기완(송중기)과 함께 벨기에 정육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 선주를 연기했다. 이상희는 '로기완' 속 선주 그 자체였다. 유려한 이북 사투리 연기부터 안정적인 호흡, 눈빛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천의 얼굴' 다운 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꿈에 그리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켜보던 MC 한지민과 이제훈은 물론, 후보에 함께 올랐던 배우들까지 이상희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심사위원들도 "과거 이상희가 '독립영화계 전도연'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혔는데, 이제는 전도연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로 성장했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수상 이후 스포츠조선을 찾은 이상희는 "많은 분들이 축하를 보내주셨는데, 정작 나는 상을 타게 될 줄 몰랐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의 영화를 다 봤는데, 다들 너무 멋있으시고 연기를 잘하셔서 전혀 예상을 못했다. 류현경도 '아니 청룡에서 찍은 사진도 SNS에 올리고 좀 그래!'라고 해서 '나 진짜 상 받을 줄 몰라서 사진을 못 남겼다'고 말했다"며 "김희진 감독님, (송)중기, (최)성은이를 비롯해 함께한 모든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자랑스러운 영화 '로기완'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청룡 여신 한지민이 첫 진행을 맡아 시상식의 포문을 열어 의미를 더했다. 이상희는 한지민과 지난 2019년 방송된 MBC 드라마 '봄밤'에 이어 오는 2025년 1월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춰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이에 그는 "청룡영화상 MC는 정말 어렵고 무게감 있는 자리이지 않나. 언니의 첫 번째 진행을 멀리서 지켜보고 축하해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시상식 이후에도 언니랑 '사랑의 나눔 연탄봉사'에 다녀왔다. 난 작년부터 했고, 언니는 꽤 오랫동안 봉사를 해왔는데 좋은 곳에 잘 쓰여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수상 후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상희는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다. 맨날 엄마 이야기만 한 게 좀 걸려서 아빠 이야기를 했더니, 아빠가 밝은 목소리로 '어~ 딸' 하면서 전화를 받으시더라(웃음). 아빠 동창 분들도 딸 수상 축하한다고 전화 많이 해주셨다고 들었다. 남편은 항상 나를 '최고의 배우'라고 불러준다. 촬영 가기 전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오늘도 잘 찍고 와'하고 응원해 준다"며 "백상예술대상에 이어 청룡 수상도 축하한다고 손 편지를 써줘서 고마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축하 연락으로는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자인 진선규의 연락을 꼽았다. 이상희는 "진선규 오빠가 '범죄도시' 촬영할 때 연변 사투리를 배웠는데, 나도 '로기완'을 준비하면서 같은 선생님한테 사투리를 배웠다(웃음). 배우들이 연변 사투리를 배우려면 그 선생님을 찾아가야 한다고 하더라"며 "내 수상 소식을 듣고 선규 오빠가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오빠가 '너 정말 상 받을만했다. 애썼다'고 말해줬다. 난 사실 그동안 조금 상복이 있는 편이었다.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받아왔는데,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빠한테 '오빠 근데 상을 받는다고 크게 달라지는 거 없죠?'라고 했더니, 오빠가 '무슨 소리야! 자고 일어나니까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묻자, 이상희는 "지금도 철이 없지만, 예전엔 더 철이 없었다. '청룡'의 무게감을 이제야 알게 돼서 지민 언니가 MC를 맡게 됐다고 했을 때 너무 멋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후보에 오른 배우들 중에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욱 즐길 수 있었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가 '핸섬가이즈'를 너무 재밌게 봐서, 개봉 당시에 (이)성민 선배한테 문자를 드렸다. 아마 7년 전 명절인사 이후 처음으로 드린 연락이었을 거다. (이)희준 오빠한테도 영화 너무 잘 봤다고 연락을 했다"며 "성민 선배와 드라마 '소년심판'을, 희준 오빠와는 드라마 '미스트리스'에 함께 출연했는데, 공교롭게도 청룡에서 수상을 하게 돼서 두 분 다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 성민 선배가 따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자식, 제법인데' 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신 것 같았다(웃음). 난 정말 상대 배우 복이 많은 배우인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상희에게 청룡영화상 수상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는 "겁이 되게 많은 편이고 쫄보여서,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상처받고 실망하는 게 싫었다"며 "열심히 하면서도 꿈을 크게 갖는 건 안 하려고 했는데,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나서 '조금 꿈을 크게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또 한 번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꿈이 이뤄진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상희는 "'북극성' 쫑파티에 갔는데, 당시 이모개 촬영 감독님이 나를 '연기의 신'이라고 불러주셨다. 처음에는 나를 놀리시는 줄 알고 낯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연기적으로 힘들고 길을 헤매고 있을 때 감독님께 조언을 구한 적 있었는데, 나중엔 '감독님과 일을 하면 진짜 연기의 신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게 나의 가장 가까운 목표다. 그런 말들이 나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것 같다. 청룡영화상도 그렇고 나를 응원해 준 분들이 나의 굽어 있던 어깨를 자신감 있게 활짝 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