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위즈덤 1루냐, 외야냐...요동칠 국내 선수들의 운명.
KIA 타이거즈가 새 외국인 타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KIA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88홈런을 친 '초강타자' 위즈덤과 계약에 합의했다. 메디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정식으로 KIA 선수가 된다. 3년 동안 잘해준 소크라테스와의 이별이다.
그만큼 KIA는 확신이 있어 위즈덤을 선택했다. 물론 KBO리그와 투수들의 변화구 승부 등에 얼마나 적응을 할지 뚜겅은 열어봐야겠지만, 파워에 있어서만큼은 '역대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88홈런을 쳐서가 아니다. 위즈덤의 메이저리그 활약 영상을 보면, 구위가 좋은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도 배트 스피드와 손목 힘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건, 무리해 타구를 잡아당기지 않고 결대로 밀어 중앙 펜스나 우중간쪽 넘어가는 타구를 많이 생산해낸다는 것. 구위에서 미국 투수들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KBO리그 투수들이기에, 위즈덤이 가진 파워로 '맞히기만' 한다면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커보인다.
방망이는 4번을 치면 되고, 남은 건 수비 포지션. 위즈덤의 주포지션은 1루다. NC 다이노스 데이비슨과 같이 '거포 1루수'로 보면 될 듯.
하지만 위즈덤을 1루에 박아놓으면, 여러 선수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KIA는 골든글러브 후보도 배출하지 못할만큼 뚜렷한 주전 1루수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았지만, 역으로 보면 1루를 맡을 선수가 많아서이기도 했다. 1루난으로 올해 포지션을 바꿨던 이우성이 있고, 올시즌 거포로 가능성을 보인 변우혁도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황대인도 절치부심 내년 시즌을 준비중이다. 이우성이야 외야 겸업을 하니, 위즈덤이 1루로 가면 외야로 가면 된다지만 변우혁은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잃게 된다. 올해와 같이 1루, 3루 백업에 그칠 수 있다. FA를 신청한 서건창은 더욱 '미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실상 1루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변수는 있다. 위즈덤이 외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빠지는 KIA 외야는 최원준 외에 확실하게 수비로 주전이라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우익수 나성범은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인만큼, 수비 비중을 줄여주는 게 선수와 팀에 모두 좋다. 최형우도 내년 42세가 된다. 좌익수 수비가 점점 더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맞춰, 위즈덤을 코너 외야에 배치하는 카드를 꺼내들면 다시 1루는 토종 선수들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
위즈덤은 3루도 가능한데, 3루는 슈퍼스타 김도영이 있으니 의미가 없다. 일단은 1루가 유력해보이는데, 이범호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