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전북 현대는 한때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의 대표주자였다.
'축구'의 위력이었다. 글로벌 기업 현대차가 만든 명문 구단, 아시아 최강의 힘을 갖춘 팀이라는 브랜드가 소구했다. 상대가 오히려 전북을 원했고, 전북 역시 모기업 현대차의 마케팅 선봉을 자처했다.이렇다 보니 모기업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창단 후 중위권을 전전하던 전북이 소위 '명문' 타이틀을 얻게 된 건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2009년 K리그 제패를 통해 발견한 이런 가능성과 힘이 발판이 됐다. 축구가 가진 잠재성에 주목하고,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후원은 전북 만이 가질 수 있었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전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2024년은 전북 현대 역사에 '치욕의 해'다. 승강제 시행 후 최악인 10위로 시즌을 마쳐 2부 강등 여부를 두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서울 이랜드를 연파하면서 잔류에 성공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사상 첫 리그 5연패(2017~2021시즌), 통산 9회 우승팀의 자존심은 구겨질 만했다.
여전히 전북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팀이다.
홈구장 전주성 뿐만 아니라 율소리 클럽하우스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남미 명문팀과 견줘도 손색 없는 시설로 꼽힌다. 변함없는 모기업의 투자도 마찬가지. 이런 여건만 보면 전북의 시선은 '정상'에 맞춰져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전북이 걷고 있는 길은 정반대다.
지난해 전북의 선수 연봉 총액은 198억7677만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1위다. 그러나 개인 기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건 15차례 클린시트를 기록한 골키퍼 김준홍 뿐이다. '국가대표급'으로 불리던 스쿼드 면면은 어느 새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채워진 '돈 먹는 하마'가 됐다. '레전드' 박지성 어드바이저, 전 첼시 사령탑이었던 로베르토 디 마테오 기술고문이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모기업 사랑을 받았던 프런트의 진취성도 상실했다. 직접 발로 뛰면서 모기업 마케팅 첨병 역할을 하던 선배들과 달리 최근 구단 수뇌부는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프런트를 하나로 묶긴 커녕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구단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이런 전북의 몰락은 스포츠조선 구단 운영 능력 평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줄곧 1, 2위를 차지해왔던 전북은 지난해 8위(58.8점)에 이어 올해는 52.5점으로 10위에 그쳤다. 시도민구단인 강원(77.3점·3위), 수원FC(63.5점·6위), 대구FC(58.8점·9위)는 물론, 군인 신분 선수들이 뛰는 김천 상무FC(66.5점·5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봉 총액 1위를 기록했음에도 성적은 바닥을 쳤고, 종합 평가에서도 '강등권'인 올 시즌을 과연 전북 수뇌부가 모기업에 어떻게 보고할 지 궁금하다.
KIA 타이거즈의 V12, 파리올림픽 양궁 금빛 질주, 여자배구 현대건설의 통합우승까지 현대차그룹 스포츠단의 2024년은 화려했다. 언제나 영광의 선두에 서 있던 전북의 이름은 지워졌다. 지금의 발걸음이 계속된다면, '천덕꾸러기'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