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팀(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강원 교수, 양충모 박사, 서울의대 양희선 박사과정)이 폐경 여성의 약물 호르몬 치료를 대체할 세포 기반 인공 난소를 개발했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폐경 이후의 삶이 생애 거의 절반에 달하는 현대사회에서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 개선에 새로운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갱년기는 여성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일반적으로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에 시작된다. 이 시기에 여성의 난소 기능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며, 난소의 기능저하는 여성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월경중단 ▲안면홍조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기분변화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호르몬 치료는 급격히 감소하는 호르몬을 보충함으로써 이러한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호르몬 치료가 약물 복용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고, 이 방법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팀은 호르몬 약물치료를 대체하고 신체에 안전한 여성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실시했다.
교수팀은 난소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를 분리해 최소침습 방식으로 주입하는 미세 크기의 난소 세포 하이드로겔 구조체를 제작했다. 이는 난소와 유사한 구조로, 세포끼리 상호작용하며 호르몬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수팀은 90일간 체외 배양에서 세포 기반 인공 난소가 난소 호르몬을 성공적으로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를 폐경 쥐 모델에 주사 주입하고 대조군(난소유지, 난소절제, 호르몬 약물치료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공 난소를 주입한 쥐 그룹은 여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됐으며, 체중증가·골다공증 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이 호전됐다. 특히, 호르몬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유방암의 위험성이 낮아졌다. 유방암을 야기할 수 있는 유방조직 과형성이 발생하지 않았고 유방암 관련 표지자들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생체재료를 활용해 주사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인공 난소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폐경기 여성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호르몬 치료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는 체내의 호르몬 자가조절 기전에 의해 조절·분배되기에 약물로 대체하는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임상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사람의 자가세포 또는 유도된 세포를 활용한 세포 기반 폐경기 호르몬 치료가 실현될 경우, 기존의 약물 호르몬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SCIE 국제의학학술지인 'Biomaterials Research'(IF 8.1)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