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엔 야마모토 요시노부(26), 이번 겨울엔 사사키 로키(23)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진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사사키가 10일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내년 1월 25일까지 45일간 메이저리그 30개 전 구단과 입단 협상이 가능하다. 사사키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는 "20개가 넘는 팀이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울프는 일본인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야마모토(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 스즈키 세이야(이상 시카고 컵스),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를 메이저리그로 이끌었다. 그는 올해 초 일본으로 복귀한 쓰쓰고 요시토모(요코하마 베이스타즈)가 사사키를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시속 16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23세 젊은 투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메이저리그로 가는 쇼케이스 역할을 했다. 이 대회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국제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5시즌 동안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구성에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사사키는 메이저리그 전 구단이 영입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사사키 영입전이 일본 야구인들의 대리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사키 영입을 노리는 구단들이 일본인 인맥을 총동원할 태세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할 야구인들이다.
지난겨울, 오타니 쇼헤이(30)가 야마모토를 LA 다저스로 이끌었다. 먼저 LA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가 적극적으로 나서 후배를 설득했다. 둘은 지난해 WBC 일본대표팀 우승 멤버다. 계약 조건이 우선이었지만, 든든한 선배 오타니의 역할이 컸다. 마쓰이 히데키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야마모토에게 뉴욕 양키스 입단을 권유했다.
먼저 시애틀 매리너스. 비장의 카드가 있다. 야수 첫 만장일치 명예의전당 입성이 유력한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움직인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시애틀에서 은퇴한 매리너스의 아이콘이었다.
이치로는 선수 은퇴 후 시애틀 구단주 특별보좌 겸 인스트럭터를 맡고 있다. 시애틀 구단과 밀접하다. 시애틀 언론은 이치로가 사사키 영입을 위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애틀은 일본인 선수들에게 친숙하다. 이치로를 비롯해 사사키 가즈히로, 조지마 겐지, 이와쿠마 히사시 등 일본인 스타선수들이 시애틀 소속으로 활약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함께 사사키의 행선지로 자주 거론되는 팀이다. 지난해 WBC 일본대표로 활약한 다르빗슈와 마쓰이 유키가 샌디에이고 주축 전력이다. 사사키 영입에 유리한 조건이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다르빗슈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대놓고 얘기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도 일본인 선수가 인연이 많다. 원조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보스턴의 에이스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도 보스턴에서 던졌다. 크레이그 브레슬로우 보스턴 단장은 우에하라와 친구로 지낸다고 했다. 그는 사사키 영입에 필요하다면 우에하라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LA 다저스는 오타니와 야마모토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물론, 육성 계획과 활용 방안 등을 포함한 자료는 기본이다.
사사키 에이전시는 LA 다저스 밀약설을 부인했다. 도시 규모, 연고지 위치와 상관없이 모든 구단을 동일선상에 놓고 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사사키는 이달 말 일본으로 귀국한다. 다음 달 미국으로 건너가 팀을 결정한다.
다르빗슈와 다나카 마사히로, 마쓰자카를 보며 꿈을 키운 사사키는 내년에 어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까.
사사키 외에 스가노 도모유키(요미우리), 구리 아렌(히로시마 카프 FA), 오가사와라 신노스케(주니치 드래곤즈) 등 일본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내년 시즌 후에는 '괴물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