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축구는 가장 보편화된 스포츠 종목이다. 국내에선 '5000만명이 축구 전문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축구를 아는 것과 구단 운영은 완전히 다르다. 올라가긴 힘들어도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다. 구단 운영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자칭 축구 전문가 '낙하산 대표'가 방향을 잘못 잡다가 추락한 구단이 한둘이 아니다. 몰락에 가까운 전북 현대의 눈물은 사실 설명이 쉽지 않다. '전북 왕조'는 도저히 허물 수 없는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다. 어느 팀도 범접할 수 없었다. K리그1 5연패는 유일무이하다. 2016년 승점 9점이 차감되지 않았더라면 8연패도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 그 기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9년 만의 '무관'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북이기에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판단됐다. 2024시즌의 뚜껑이 열리기 전 전북은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현실은 더 참혹했다. '100% 파이널A'(1~6위)의 기록이 깨지더니 승강 플레이오프(PO) 나락으로 떨어졌다. 2부행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 남아 1부에 잔류했지만 '도저히'라는 한숨이 진동할 뿐이다.
사실 '우승 DNA'에 흠뻑 취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북은 그때도, 현재도 모 그룹으로부터 가장 탄탄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구단 운영은 현실을 부정한 채 구름 위만 걷는다. K리그를 경험하지 않은 '레전드' 박지성의 어드바이저 영입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기술고문)로 선임한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첼시 감독의 존재감도 '제로'였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는 허울 뿐인 '망상'이었다. 그 사이 구단 수뇌부도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프런트가 갈기갈기 찢겨졌고, '3류 구단'으로 곤두박질쳤다. 100점 만점에 52.5점이 2024년의 전북이다.
스포츠조선은 2012년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시즌 종료와 동시에 K리그 구단 운영 능력을 평가했다. K리그1(1부) 12개 구단의 2024년 운영 성적표가 13일 공개됐다. 개막 전 목표 순위와 최종 위치를 평가한 ▶목표성취도를 비롯해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페어플레이 ▶연고지 밀착도 ▶외국인 활용능력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재정-투자 파워 ▶유소년시스템 ▶전문가 평점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다면 평가했다. 항목당 10점 만점, 총점 100점으로 스포츠조선 축구전문기자 11명이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전문가 3명(배진경 서호정 류청)의 평가도 반영했다.
전북은 줄곧 1, 2위를 넘나들다 지난해 8위(58.8점)로 떨어졌다. 올해는 두 자릿수 순위의 굴욕과 마주했다. 12개팀 가운데 10위에 위치했다. 낙제점이다. 재정-투자 파워만 만점인 10점일 뿐, 목표성취도와 선수단 운용 능력은 2점 이하에 그쳤다. 전문가 평점도 2.5점으로 2부 강등된 인천 유나이티드(1.7점) 바로 위였다. 그나마 희망은 충성도 높은 팬들이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는 점이다. 전북은 FC서울, 울산 HD에 이어 평균 관중 3위(1만5560명)를 차지했다.
바닥에 전북이 있다면 맨 위에는 '현대가 라이벌' 울산이 있다. 어느덧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올 시즌도 K리그1은 '울산 천하'였다. 사상 첫 3연패, 왕조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울산은 89.5점으로 3년 연속 최고 구단에 등극했다. 목표성취도, 연고지 밀착, 홍보-마케팅 역량 등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다.
2018년 유료관중 집계 이후 K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50만 관중을 돌파한 FC서울은 '빅2'로 다시 발돋움했다. 빅리그 출신인 린가드를 영입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서울의 평균 관중은 무려 2만7838명이다. 프로야구를 포함해도 으뜸인 대기록이다. 서울은 지난해 3위(74.3점)에서 2위(82.3)로 한 계단 올라섰다. 울산과 함께 유이한 80점대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K리그1에서 2위를 차지하며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낸 강원FC는 10위(51.2점)에서 3위(77.3점)로 수직 상승했다. 강원은 목표 성취도, 선수단 운용 능력에서 만점을 받았다. 2년 연속 코리아컵을 거머쥔 포항 스틸러스는 4위(76.3점)에 포진하며 명맥을 유지했다. 2부에서 1부로 승격해 돌풍을 일으킨 김천 상무는 구단 운영에서도 5위(66.5점)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
6~8위인 대전하나시티즌(63.7점), 수원FC(63.5점), 제주 유나이티드(59.2점)는 지난해보다 큰 차이가 없거나 상승 기류였지만 승강 PO 끝에 생존한 대구FC는 4위(71.5점)에서 9위(58.8점)로 폭락했다. '생존왕 신화'와 이별을 고한 인천은 11위(47.2점)였고, 최하위인 꼴찌는 광주FC(44.0점)였다. 광주는 '이정효 매직'만 존재할 뿐이다. 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 1호라는 불명예가 구단 운영의 현주소다. 이대로면 1부에서 희망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2024년 K리그1 운영평가 순위
순위=구단=총점
1=울산=89.5
2=서울=82.3
3=강원=77.3
4=포항=76.3
5=김천=66.5
6=대전=63.7
7=수원FC=63.5
8=제주=59.2
9=대구=58.8
10=전북=52.5
11=인천=47.2
12=광주=44.0
◇K리그1 운영평가 순위 추이
구단=2012년=2013년=2014년=2015년=2016년=2017년=2018년=2019년=2020년=2021년=2022년=2023년=2024년
울산=3위(73.8)=3위(65.9)=7위(56.5)=9위(52.7)=3위(67.7)=3위(74.5)=2위(78.8)=3위(79.8)=1위(90.7)=2위(89.2)=1위(91.2)=1위(86.2)=1위(89.5)
서울=1위(92.7)=1위(72.3)=3위(78.0)=2위(80.3)=1위(88.8)=4위(73.3)=8위(55.6)=4위(78.0)=11위(47.3)=5위(64.0)=6위(66.9)=3위(74.3)=2위(82.3)
강원=13위(42.2)=13위(34.0)=K리그2=K리그2=K리그2=9위(54.3)=10위(43.6)=9위(53.2)=12위(46.8)=10위(54.3)=3위(73.8)=10위(51.2)=3위(77.3)
포항=2위(75.2)=2위(72.0)=5위(60.3)=4위(69.3)=9위(47.0)=7위(64.0)=5위(71.5)=5위(71.8)=3위(76.0)=9위(60.0)=5위(67.7)=2위(80.7)=4위(76.3)
김천=15위(30.6)=K리그2=12위(27.8)=K리그2=8위(48.8)=11위(41.0)=11위(39.3)=10위(51.0)=9위(50.5)=K리그2=11위(38.8)=K리그2=5위(66.5)
대전=11위(48.8)=10위(48.1)=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5위(71.0)=6위(63.7)
수원FC=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10위(44.3)=K리그2=K리그2=K리그2=K리그2=6위(62.5)=7위(64.8)=11위(40.3)=7위(63.5)
제주=4위(71.8)=6위(54.7)=4위(66.9)=7위(53.3)=4위(66.3)=2위(78.3)=7위(56.7)=12위(42.8)=K리그2=4위(66.2)=8위(63.2)=9위(56.3)=8위(59.2)
대구=8위(55.4)=11위(45.7)=K리그2=K리그2=K리그2=5위(72.0)=3위(73.7)=1위(85.7)=4위(73.8)=3위(81.5)=9위(61.8)=4위(71.5)=9위(58.8)
전북=5위(65.5)=4위(65.6)=1위(82.8)=1위(87.0)=2위(81.3)=1위(88.3)=1위(86.1)=2위(80.2)=2위(90.5)=1위(96.5)=2위(83.2)=8위(58.8)=10위(52.5)
인천=6위(60.6)=9위(51.4)=9위(48.4)=6위(53.5)=6위(52.0)=8위(56.7)=9위(54.8)=7위(69.5)=6위(60.8)=8위(61.1)=4위(73.5)=6위(70.3)=11위(47.2)
광주=16위(23.0)=K리그2=K리그2=10위(42.3)=11위(44.0)=12위(37.5)=K리그2=K리그2=7위(60.5)=12위(42.3)=K리그2=7위(68.2)=12위(44.0)
※2012년은 16개 구단, 2013년은 14개 구단, 2014년부터 12개 구단으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