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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야 한 상태로 돌아온 것" 짧게 군대 다녀온 울산 '세대교체의 기수' 엄원상, 이제 부상은 '그만'→'엄살라'의 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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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왕조의 시대'를 활짝 연 울산 HD, 그 축제의 현장에 '엄살라' 엄원상(25)은 없었다. 그의 유니폼만 눈에 띄었다. '필드 플레이어' 최고참인 이청용(36)이 엄원상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엄원상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기초군사훈련에 입소, 병역 의무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 울산은 올해 K리그1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엄원상은 아픔과 아쉬움이 교차한 2024년이었다. 그는 2022년 울산으로 이적,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 첫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팀내 최다인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울산은 엄원상이 둥지를 틀기 전 '만년 2위'의 늪에 빠져있었다. '복덩이'였다. 그는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에 당당한 주연이었다. 그 해 '별중의 별'인 MVP(최우수선수)를 거머쥔 이청용은 "우리 팀에서 이 상이 제일 잘 어울리는 선수는 골과 도움을 가장 많이 기록한 엄원상인 것 같다"고 말한 후 엄원상을 향해 "내 개인적인 MVP는 원상이 바로 너야"라며 공을 돌렸다.

지난해는 울산의 2연패와 함께 '개인 무관의 한'도 털어냈다. 엄원상은 생애 첫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오른쪽 미드필더에서 으뜸이었다. 그는 부상 암초에도 28경기에서 4골 4도움을 올렸다. 순도 만점이었다. 엄원상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7경기에서 울산은 모두 승리를 가져갔다. 그러나 부상은 올해도 비켜가지 않았다. 그는 고질인 발목 부상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가 하차하기도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지난 8월 31일 포항 스틸러스전을 끝으로 일찌감치 사라졌다. 스포츠 탈장으로 끝내 복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엄원상은 이번 시즌 26경기에 출전,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울산은 그의 시간을 잊지 않았다. K리그 3년 연속 우승을 기념하는 팬즈데이에서 엄원상을 위한 축하 무대가 마련됐다. 훈련소에서 갓 퇴소한 그는 김판곤 감독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맞잡았다. 세 번째 우승 메달도 받으며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엄원상은 100m를 11초대 주파한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그의 전매특허다. 볼을 잡으면 항상 기대감이 샘솟는다. '세대교체의 기수'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부주장으로 선임돼 허리 역할을 했다. 내년에는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겨울 이적시장, 울산의 최대 현안은 '30대 일색'인 선수단의 변화다. '젊은피'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엄원상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는 더 이상 부상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내년 출발과 함께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엄원상은 "부상을 통해 직접 배운 것은 없다. 무언가를 얻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온당 그랬어야 한 상태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며 "다만 힘을 보탤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이고 책임감이 큰지를 알게 됐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지 못한만큼 앞으로 팀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울산은 올 시즌 코리아컵까지 '더블' 우승을 노렸지만 문턱에서 좌절했다. 포항과의 결승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엄원상은 밖에서 그 눈물을 지켜봤다. 그는 "팀원들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웠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은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해 군 철책선 안, 생활관에서 지켜보았고 코리아컵 결승전을 갓 군대에서 나왔을 때 봤다"며 "팬즈데이에서 구단과 팬들 그리고 동료들이 자리를 마련해 줘서 다소 멋쩍고 부끄러웠지만,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다. 청용 형이 내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올라간 모습도 봤다. 2022년 K리그 시상식 때도 그렇고 참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아쉬운 결과를 맞닥뜨린 순간에 함께 힘을 싣지 못한 것이 계속해서 머리와 가슴에 남는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 "워낙 짧고, 그야말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거라 순식간에 지나갔다. 동기들 그리고 지휘관님들이 워낙 잘 대해주셨다. 나한테만 특별 대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상 회복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신경을 써주셨다"며 "기초 군사훈련이더라도 '훈련'이었기에 쉽지는 않았다. 남들보다 일찍이 군 생활을 끝내 미안함이 들 정도로 동료들에게 정도 많이 들었고, 요즘 추운 날씨에도 국가를 지켜주는 군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