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결과만 놓고 보면 갑작스럽지만, 알고보면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짐 랫클리프 구단주의 분노가 이미 몇 주 전부터 구단 내부를 공포 분위기로 몰고가고 있었다. 댄 애쉬워스 단장 해임은 부진한 성적에 분노한 랫클리프 구단주의 결정이었다. 이유는 이미 해고된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맨유 부흥'의 사명을 띄고 이번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애쉬워스 단장이 8일(한국시각) 전격 경질됐다. 맨유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했다. 애쉬워스 단장은 지난 7월에 맨유에 합류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5개월이면 제대로 자신의 구상을 펼쳐볼 수도 없던 시기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 시즌 부진에 관해 어느 정도는 이해를 받을 수도 있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맨유 구단은 단호했다. 맨유가 시즌 개막 후 계속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자 애쉬워스 단장 해임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일단 애쉬워스 단장 해임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날 홈구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노팅엄 포레스트전 충격 패배 때문이다. 맨유가 2대3으로 졌다. 이로써 리그 2연패에 빠진 맨유는 13위(승점 19)로 추락했다.
특히나 노팅엄에게 진 것은 지난 1994년 12월 이후 30년 만이다. 매우 충격적이고 치욕적인 결과다. 팀을 이끌고 있는 후벵 아모림 감독의 리더십과 지도력에 큰 흠집이 생겼다.
보드진의 충격은 더 컸다. 결국 애쉬워스 단장도 이날 경기 후 해임결정을 들었다. 애쉬워스 단장은 경기 후 오마르 베라다 CEO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사임했다. 노팅엄전 패배가 결정적인 요인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애쉬워스 단장의 해임 배경에 더 결정적인 다른 요인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익스프레스지는 '애쉬워스 단장이 팀을 떠나기 이미 몇 주 전부터 랫클리프 경이 분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랫클리프 경과 애쉬워스 단장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달에도 애쉬워스 단장이 랫클리프 구단주와 아예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리하면 랫클리프 경은 이번 노팅엄전 결과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애쉬워스 단장에 대한 불만과 교체 의시를 표명한 셈이다.
이렇게까지 갈등이 심해진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팀 성적이 엉망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애쉬워스 단장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속사정은 또 다르다. 랫클리프 구단주가 애쉬워스 단장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따로 있었다.
원래 랫클리프 구단주는 애쉬워스 단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컸다. 그래서 원소속 구단인 뉴캐슬에 3000만파운드(약 545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면서도 애쉬워스 단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애쉬워스 단장은 구세주가 아니었다.
특히나 에릭 텐 하흐 전임 감독에 대한 방침 때문에 랫클리프 구단주를 화나게 했다. 랫클리프 경은 이번 시즌 개막 전에 텐 하흐를 교체하려고 했다. 그러나 애쉬워스 단장이 여름 내내 반대해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이 무산됐다.
만약 텐 하흐 감독이 성적을 좀 냈더라면 랫클리프 구단주 역시 애쉬워스 단장을 칭찬했을 것이다. 그러나 텐 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시즌 초반부터 최악의 부진을 경험해야 했다. 뒤늦게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후벵 아모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결국 랫클리프 구단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지난 수 주 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자신의 불만을 표시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단장 경질 카드를 꺼냈다. 애쉬워스 단장은 어설프게 텐 하흐 전 감독을 옹호하다 자신마저 직장을 잃게 되고 말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