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오승환 '보상 선수 해프닝'이 남긴 것은.
결론은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겠다는 조기 결론으로 결말을 맺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레전드 스타'의 거취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삼성 라이온즈는 8일 이종열 단장발로, 베테랑 오승환을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3일간의 '오승환 보상 해프닝'이 일단락됐다.
삼성은 6일 FA 투수 최원태 영입을 알렸다. 4년 70억원을 투자해 젊은 20대 선발 요원을 데려왔고, '선발 왕국'이 됐다는 평가를 들을 때만 해도 행복했다.
하지만 최원태 영입이 발표되자마자 보상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원태는 FA A등급. 보호 선수 20명 외 보상 선수 1명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B등급 25인 보호 명단은 이정도 주목을 받지 못한다. 주전급 선수는 거의 묶이기 때문. 하지만 20인은 달랐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주전급 선수 중 1명이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20인은 예측도 어느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베테랑 오승환, 박병호, 백정현 등이 보호 선수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7일 불이 완전히 붙었다. 오전에는 명단에 포함될까에서, 오후에는 마치 최원태의 원소속팀인 LG 트윈스로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로 발전돼버렸다.
그러자 8일 삼성이 진화에 나섰다. 오승환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이보다 확실한 마무리는 없었다.
이례적인 일. 보통 보호 선수 지정에 대해 구단은 일체 언급이나 노출을 삼간다. 포함이 안된 선수들이 크게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전략적으로도 손해다. 양 구단의 눈치싸움에서 패를 보여주는 꼴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성이 오승환에 대해서 일찌감치 확답을 한 건, 그만큼 오승환의 존재감이 아직 대구와 삼성에서는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최근 몇 년 구위가 저하되기는 했다. 올시즌 도중에는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 내주고 2군에 내려가기도 했으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탈락했다.
그래도 계약이 남아있고, 은퇴를 하면 삼성 영구결번이 확실시 되는 스타 중 스타다. 그런 선수가 말년에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다, 그것도 FA 보상 선수로 떠난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 같으니 팬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강민의 한화 이글스 이적에 단장까지 사퇴했던 SSG 랜더스 사례가 있다.
이렇게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 손익 계산을 뛰어넘게 하는 '마성의 힘'이 존재한다. 그게 스타, 팬들의 힘이다. 실제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할 때 '팬심'이 뜨거운 선수가 보상 선수로 지목될까 걱정에, 실력과 입지를 논외로 그 선수를 포함시키는 구단도 있다.
그렇게 오승환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2025 시즌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끝판왕'의 존재감은 대단하다는 게 확인된 해프닝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