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으로부터 '코리안 지단'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은 '마에스트로'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코리안 지단'에 어울리는 발 기술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네덜란드 전설이자 박지성 이영표의 옛 동료인 마르크 판 봄멀도 황인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인범은 8일(한국시각) 네덜란드 발베이크 만데마케르스스타디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네덜란드에레디비시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3대2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여름 츠르베나즈베즈다에서 페예노르트 '클럽 레코드'인 이적료 800만유로에 이적한 황인범은 지난 10월 고어헤드이글스전(5대1 승)에서 시즌 첫 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 이어 7경기만에 시즌 2호 도움을 작성했다.
시즌 공격 포인트는 4개(11경기 2골 2도움)로 늘었다.
황인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린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감독님도 우리가 2-1로 앞선 시점에 긴장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결승골 득점 장면에 대해선 "스텡스가 패스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전에 내 옆에 공간이 비어있는 걸 확인했다. 공을 잡았을 때, 파이상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며 "파이상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다들 지켜봤을 것이다. 정말 좋은 마무리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 봄멀은 스포츠방송 'ESPN'을 통해 "황인범의 터치로 파이상은 슛을 쏘기 전 1~2초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극찬했다.
황인범은 경기 중 페예노르트 원정팬이 '황인범 응원가'를 열창한 것에 대해 "처음엔 내 응원가인 줄 몰랐는데, 주변에서 설명을 해줘서 알았다. 팬분들께서 응원가를 선물해줘서 영광이다. 팀원들은 이 노래가 선수를 위해 만든 응원가 중 최고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페예노르트는 최근 컵대회 포함 2경기 연속 무승부를 딛고 이날 승리로 리그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를 질주했다. 승점 32점으로 4위에 올랐다.
황인범은 '스리미들' 전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90분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퀸텐 팀버, 안토니 밀람보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톱을 맡고, '에이스' 이고르 파이상과 아니스 하지 무사가 공격진을 구성했다.
전반 12분 팀이 'K리그 제주 출신' 발베이크 공격수인 오스카르 자와다에게 선제실점해 0-1로 끌려가던 전반 18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공을 공격수 산티아고 히메네스의 이마 앞에 정확히 배달했다. 하지만 히메네스의 슛은 무위에 그쳤다.
자와다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에서 K리그 10경기를 뛰었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24분 발베이크 야신 오킬리의 자책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황인범은 전반 38분 직접 박스 외곽에서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상대에게 막혔다. 전반은 1-1 동점으로 끝났다.
후반 4분, 페예노르트가 아니스 무사의 역전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무사는 안토니 밀람보의 패스를 받아 박스 외곽에서 골문 우측을 가르는 왼발슛으로 귀중한 골을 안겼다.
황인범은 후반 8분,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재차 골문을 두드렸으나, 골대를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곧바로 다비드 한츠코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으나, 한츠코의 슛은 무위에 그쳤다.
양팀이 줄줄이 선수 교체를 하며 어수선해진 후반 27분, 페예노르트는 앞서 자책골을 넣은 오킬리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하지만 페예노르트에는 황인범이 있었다. 불안감이 채 페예노르트 벤치를 엄습하기도 전인 후반 29분, 아크 정면에서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박스 왼쪽에서 있는 이고르 파이상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잡은 파이상은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갈랐다.
황인범은 시즌 2호 도움으로 기록된 패스를 찌르기 전, 높은 수준의 역방향 볼터치로 상대 수비진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전 레알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은퇴)가 자주 선보이던 고급 기술이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의 3대2 승리로 끝난 경기에서 팀내 두 번째인 평점 8.0점(소파스코어)을 받았다.
1개의 어시스트뿐 아니라 볼터치 86회, 패스성공률 94%(60회 성공), 키패스 3회, 슈팅 2회, 지상경합 성공 4회, 피파울 2회, 태클 2회 등 공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끼쳤다.
한편, 에레디비시 선수 출신 축구분석가 케이스 라위크스는 경기 당일 스포츠방송 'ESPN' 스튜디어에서 '페예노르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 관한 질문에 "팀버의 열렬한 팬이지만, 황인범이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28살이라 경영진은 즉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약간의 위험을 따랐지만, 그는 페예노르트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라위크스는 페예노르트가 황인범의 '마지막 클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인범이 폐에노르트 너머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방송 진행자인 얀-주스트 반 항헬렌은 "처음엔 그의 약점이 속도라고 생각했다. 빠르지 않은 선수는 보통 빠르게 생각한다. 그러니 황인범에게 (약점이)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예노르트는 12일 홈에서 스파르타프라하와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6차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