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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154㎞ 던져 투수 전향했는데...' PO에서142㎞라니. 그리고 홈런. "내 모습을 찾고 싶다"[이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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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쳐봐라 하고 자신 있게 가운데 보고 던졌는데 진짜 홈런을 치더라. 실력의 한계를 느꼈다."

지난 10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1-8로 뒤진 7회말 백승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3번 이성규를 유격수 파울 플라이로 잡은 뒤 만난 4번 디아즈. 직전 타석인 6회말 우월 솔로포를 쏘아올리는 등 세번의 타석 모두 안타를 치며 엄청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백승현은 1B2S에서 가운데 직구를 던졌다. 디아즈는 거침 없이 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미 삼성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 하지만 백승현으로선 최선을 다한 피칭이었기에 허탈함이 컸다.

백승현은 "디아즈에게 자신있게 던진 건데 넘어갔다. 칠테면 쳐봐라 하고 던졌는데 진짜 치더라"면서 "내 실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당시 백승현의 직구 구속은 142㎞에 불과했다.

백승현은 150㎞가 넘는 공을 심심찮게 뿌리고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데 140㎞대 초반 직구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

백승현도 올시즌 고민이 직구 구속의 편차였다.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구속 차가 너무 심했다.

백승현은 "제구도 문제이긴 했지만 구속이 왔다갔다 한 부분이 컸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편차가 심했다. 안 좋을 땐 140㎞ 초반까지 떨어지더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나와서 구속을 일정하게 나오게 하는게 첫번째 과제일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제구나 기교가 아니라 구속이 살아야 하는 투수인데 구속이 안나오면 내 장점은 사라진다"며 "평균 구속이 150㎞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 밑으로 1 ̄2㎞ 정도 떨어지는 건 괜찮은데 한참 떨어지면 내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백승현은 오지환 후계자로 꼽혔던 내야 유망주.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타격이 약했다.

성장을 위해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호주리그로 간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당시 투수가 모자라 마운드에 올랐는데 무려 154㎞의 빠른 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결국 2021년 그는 투수로 전향했고 투수 3년차인 지난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군에서 42경기에 등판해 2승3패 11홀드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백승현을 올시즌 확실한 필승조로 키울 후보로 점찍고 기회를 줬으나 기대 만큼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36경기서 2승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9.11의 부진을 보였다. 기복이 심했다.

"작년엔 운이 좋았고 올해 내 실력이 나온 것 같다"며 "더 잘 준비해서 내년엔 올해 같은 모습을 내 스스로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며 각오를 다졌다.

내년이면 투수 전향 5년째. "올해도 성적을 냈다면 이제 완전히 투수가 됐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꼈다. 역시 야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는 백승현은 "제구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 구속을 찾는 게 먼저다. 스피드가 나와서 구위로 누를 수 있어야 가운데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시즌엔 디아즈를 상대로 150㎞가 넘는 직구를 가운데로 뿌릴 수 있을까. LG 불펜의 성패도 달려 있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