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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아냐" 비판 쏟아진 '견제 제한' 빠졌다…조율된 K-피치클락 도입→핵심 쟁점 [SC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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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뛸거 뻔히 보이는데, 투수가 주자 견제도 못하는게 프로야구인가?"

KBO리그에 마침내 '피치클락'이 1년 지각 도입된다. 현장의 피드백을 신중하게 조율한 결과, 메이저리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KBO는 실행위를 거쳐 2025시즌 주요 규정 변화와 조정, 시범 도입사안을 발표했다. 그중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의 스트라이크존 조정, 올한해 준비해왔던 피치클락의 본격 도입을 선언했다.

특히 피치클락의 도입 목적에 대해 "제재 목적이 아니라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불필요한 시간 단축"과 "국제대회 도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피치클락의 경우 당초 지난해 하반기 도입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반년 미뤄졌다. 이를 위해 KBO는 1년간의 시범 운용기간을 가졌고, 후반기부터는 미국에서 사용중인 피치컴을 긴급 수입해 현장에 배포하기도 했다.

사실 피치컴이 피치클락 때문에 사용하는 기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월드시리즈 사인 훔치기의 여파 때문에 사무국의 허가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개별적 사용이 확산된 케이스다. 포수나 투수가 버튼을 누르면 귀에 구종 이름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KBO 도입은 상황이 달랐다. '컴백 메이저리거'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피치클락 타임에 맞추려면 피치컴이 꼭 필요하다"라고 KBO에 요청했고, KBO로선 황급히 전파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 각 구단에 배포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로선 곽빈 원태인 등 적극 사용파가 있는가 하면,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투수들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다른 K-피치클락 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견제 제한', 정확히는 투구판 이탈 관련 규정 삭제다.

당초 피치클락은 투수가 견제 등 투구 동작을 해제할 경우 초기화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피치클락을 피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투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피치클락의 파생 규정으로 '견제 제한'이 생겼다. 2번까지는 견제가 가능하지만, 3번째로 투구판을 벗어났는데 견제를 하지 않거나 주자를 아웃시키지 못하면 보크가 선언되는 것.

이 규정으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도루가 폭증했다. 2022년 빅리그 도루 1위팀은 120개 안팎에서 결정됐다. 텍사스 레인저스(128개)가 전체 1위, 마이애미 말린스(122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119개)가 뒤를 따랐다.

하지만 피치클락에 견제 제한 규정이 추가됨에 따라 2023년 도루 1위팀 신시내티 레즈는 190개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223개) 밀워키 브루어스(217개) 신시내티(207개)까지, 팀 도루 200개를 넘긴 팀이 3팀이나 나왔다. 과거처럼 여러차례 견제를 통해 주자를 묶어두거나, 안할 것 같은 타이밍의 견제구로 잡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여기에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이 더해지면서, 야구통계학의 발전에 따라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던 도루 능력자들의 가치도 급상승했다. 빅리그는 이를 통해 보다 공격적이고 다이내믹한 야구로 한단계 발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초 KBO 역시 투구판 이탈 횟수를 3회로 늘리는 선에서 도입하고자 했으나, 도입 과정에서 실행위 등 심도깊은 논의를 거치면서 견제 제한이 빠지게 됐다. 피치클락 논의 과정에서 10개 구단의 사령탑 등 현장의 반발이 가장 심했던 지점이다.

특히 KBO가 ABS와 피치클락 등을 도입하는 대의로 작용한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현장의 코치진과 선수들은 "도루가 늘어나면 투수와 야수 공히 부상 위험도 높아지고, 경기 시간도 늘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일각에서는 "견제 제한이 있으면 야구가 아니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피치클락 자체도 올시즌 대비 주자가 없을 때(18→20초), 주자가 있을 때(23→25초)로 완화됐다. 미국은 물론 올시즌 시범 운용보다도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