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아티스트(Artist),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모두 입을 모아 '위 아 아티스트(We are artit)'를 외쳤다.
스크린을 통해 문화적으로 예술적 기여를 하는 아티스트, 가사와 멜로디와 퍼포먼스 등으로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작품의 소비자로 문화적 영향을 확산하는 아티스트. 다시 말해, 영화인, 음악인, 대중 전부 '아티스트'로 이날 '별들의 잔치'를 즐긴 것이다. 특히 이날 축하 공연들은 단순 축제를 흥겹게 만드는 의미로 그치지 않아 더 여운이 남는다.
▶파격 오프닝, 관 속에 들어간 AKMU 이찬혁…영화 명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니도 내도 다 주연이다(빅토리)',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좋다(한국이 좋아서)', '천국은 하와이같이 생겼으면 좋겠는데(원더랜드)', '그 흙을 마시고, 그 땅을 밟으며, 살고 죽고 또 태어나면서, 계속 돌고 돈다(파묘)'. 삶을 다시 생각게 하는 대사들이 제45회 청룡영화상의 서막을 알렸다.
이 메시지들은 이어진 이찬혁 무대로 더 두드러져, 의미를 더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샴페인 잔을 들고 나타난 이찬혁이 활짝 웃으며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이라 부르고, 스스로 관으로 들어가 퇴장할 때, 삶에 대한 미련과 죽음 앞에서의 태도를 돌이키게 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깜짝 놀라며 박수를 치는가 하면, 환호를 질렀다.
또 이러한 '관 엔딩'은 관에서 험한 것이 나올 것이라고 한 '파묘'의 장면, 관에 들어간 것으로 오해받았던 '핸섬가이즈'의 장면,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으로 시작된 '서울의 봄' 등 올해 영화에서 활용된 '관' 장면들도 떠올리게 했다. 이찬혁이 음악과 퍼포먼스로 올해 영화들의 메시지를 아울러, 명장면들을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되돌아보게 한 것이다.
▶역시 최고 라이징 보이그룹… 라이즈, '누나-형' 배우들도 다같이 '겟 겟 겟 겟 어 기타'
청룡영화상은 매해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 축하공연을 꾸며 왔다. 최근 몇 년 간은 트와이스, 마마무, 오마이걸, 아이브, 뉴진스 등 걸그룹들이 분위기를 흥겹게 만든 바다. 올해는 오랜만에 보이그룹이 등장,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색다른 매력을 자랑했다.
'5세대 최고 보이그룹' 라이즈가 히트곡 '겟 어 기타'와 '붐 붐 베이스'로, '누나-형' 배우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 것이다. 현재 연말 각종 시상식 등 각종 스케줄로 제일 바쁜 만큼, 라이즈의 출연 소식은 사실 시상식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청룡 새 얼굴'로 MC 데뷔식을 치른 이제훈 역시 라이즈 팬이라고 고백한 바다.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라이즈는 관객석에서 무대를 시작하는가 하면, '청룡 렛츠고'를 힘차게 외치는 등 그룹명처럼 '글로벌 K팝신의 최고 라이징 스타'다운 패기와 기백을 드러냈다. 딱 맞아떨어지는 칼군무, 마이크를 뚫고 나오는 성량, 전원 꽃미남 비주얼 등은 역시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최고 신인'라는 것도 수긍케 했다. 특히 SM 한솥밥 권유리, 아이돌 선배 이혜리, 음악방송 MC 이정하 등 많은 배우가 라이즈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즐겼다.
▶림킴의 재발견…동양적 매력의 '궁', '파묘' 김고은도 '깜놀'
김고은이 휘파람을 부는 '파묘' 장면에서 림킴의 '궁' 무대로 이어지는 순간, 청룡영화상이 역시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궁'의 동양적인 사운드와 퍼포먼스가 마치 '파묘'를 연상케 해, OST로 봐도 손색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채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실루엣으로 그려지다, '올 레드' 의상의 림킴이 나타났을 때, '파묘'의 김고은도 깜짝 놀라워한 바다. '궁'의 전체적인 국악 사운드, 중간중간 적막을 깨는 독특한 소리가 '파묘' 굿 신을 자연스레 그려서다. 또 달과 함께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그래픽 배경, 복면을 쓴 안무팀과의 군무 합 등 연출도 묘한 분위기를 한층 더 자아냈다.
여기에는 림킴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 고혹적인 눈빛, 절제된 춤선이 큰 몫을 했다. 예전 오디션 프로그램 당시 듀오 투개월의 앳된 김예림은 온데간데없고, 자신의 음악에 확신하는 당찬 림킴으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발휘한 것. 약 3분 20초가량의 짧은 시간임에도, 한 편의 영화 같은 림킴 무대에 김고은뿐만 아니라, 여러 배우가 넋 나간 표정으로 감상한 바다.
▶지코, 이쯤되면 청룡 전문 가수…진정한 '아티스트'들의 축제
청룡영화상 축하무대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2년 전 지코의 무대는 여전히 각종 숏폼 플랫폼을 강타하는 중이다. 당시 '아무노래', '새삥'으로, 배우 고경표와 '환상 케미'를 뽐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찾은 청룡 무대에서는 모든 배우와 호흡을 맞춰, 진정한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참으로 솔로 데뷔 10년 차 관록이 묻어난 '청룡 경력직'의 무대였다.
자신 있게 든 빨간색 핸드 마이크와 현장감이 풍성한 밴드 사운드로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한 지코는 자유분방하게 휘젓고 다니며 폭발적인 무대 매너도 뽐낸 바다. 특히 이날 청룡영화상 새내기 MC 한지민, 이제훈 옆에서 '아티스트' 무대를 시작, 눈길을 끌었다. 한지민은 어깨를 흔들며 춤을 췄고, 이제훈은 입을 틀어막는 등 지코의 노래로 'MC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객석에 앉아 있던 라미란도 '위 아 아티스트'를 따라 부르고, 임지연도 박자를 타며 '아티스트' 무대를 만끽했다.
단숨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코는 "2년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됐는데 뜻깊고 영광스럽다. 중요한 수상을 앞두고, 여러분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하고, 올해 최고 히트곡 '스폿!'으로 열기를 더 뜨겁게 데웠다. 신인여우상에 빛나는 박주현부터, 이제 영화계 거장이 된 류승완 감독까지, 모든 '아티스트'를 고개춤을 추게 한 '아티스트'의 명품 무대로, 지코가 또 한 번 '청룡 화제의 무대'를 노려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