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것도 흥미가 떨어질 때면 제주가 문득 떠오른다. 머리와 가슴 속이 복잡하고 답답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제주는 한국인에게 있어 마음의 안식처다. 육지에서 떨어진 작은 섬, 이곳에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낯선 시골 마을에서의 하룻밤.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순간을 지내다 보면 하루해가 진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쉴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입가엔 미소가 가득.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웰니스가 별건가.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면 그만이다. 일상의 순간 모두가 웰니스가 되는 곳, 제주의 1박2일 체험기.
앉아만 있어도 힐링 '성이시돌 목장'
가장 제주다운 곳을 찾아 성이시돌 목장으로 향한다. 성이시돌 목장은 말 그대로 목장이다. 말과 소가 뛰어논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진정한 충전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뽑혔다. 어디든 앉으면 그 곳이 쉼터다. 탁 트인 목장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이름에서 예상했겠지만 성이시돌 목장은 선교를 위해 방문한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임피제) 신부의 땀과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시돌이란 이름은 농민의 수호성인인 이시돌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볼만할 겁니다." 먼발치에서 소 떼를 몰고 있는 손종률 성이시돌 목장의 목장장이 눈에 띈다. 무엇이 특별할 게 있겠느냐 싶지만, 1시간이 훌쩍 흐른다. 제주의 바람과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초원이 만들어 낸 이국적 풍경 속 평화로움은 행복에 대한 기준을 흔들기 시작한다. 먹이를 판매하는 여느 여행지와는 달리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게 성이시돌 목장에서의 즐거움이다. 초원을 걷다 마주한 쉼터에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초원에 방목해 풀을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성이시돌 목장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또 한 번의 행복감이 밀려온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웰리니스라면 성이시돌 목장은 제대로 된 웰니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성이시돌 목장에는 초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역사를 담은 공간이 많다. 과거 유명했던 한림수직 등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잊혔던 한림수직이 새롭게 시작, 선보인 양모 관련 제품은 과거 외신 등에서 명품으로 평가했던 제품이라고 하니 여력이 된다면 구매하는 것도 좋다. 출출하다면 성이시돌 목장에 있는 브런치카페에서 메밀 관련 음식을 즐겨보자. 메밀은 봉평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주의 메밀 생산량이 상당하다. 그만큼 접짝뼈국 등에서 메밀이 사용됐던 게 이해가 된다. 성이시돌 목장 내 브런치 카페에서 즐기는 메밀 음식으로는 메밀 갈레트를 추천한다. 메밀과 치즈, 새우 등 다양한 토핑이 올려진 음식으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자연의 색을 담다 '씬 오브 제주'
자연의 풍경을 눈으로 즐겼다면 손과 눈으로 자연의 색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올해 처음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을 받은 썬 오브 제주는 비건 소재에 정성스레 염색한 단 하나의 옷을 통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애월읍에 있는 공방에선 꽃염색, 나뭇잎염색, 쪽염색 등 다양한 제주의 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제품을 사는 것에만 익숙했던 만큼 첫 시작은 서툴다. 이럴 땐 주인 찬스다. 강보람 썬오브 제주 대표가 중간중간 염색 체험에 필요한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이고, 함께 만들기를 진행한다. 염색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에코백부터 티셔츠, 티매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원피스와 셔츠 등은 직접 만들고, 다음날부터 입어도 된다고 하니 제주 여행을 기념할 만한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강 대표는 "천연 염색이 가능한 제품은 다양하고, 직접 가져온 제품에도 염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특별한 제주 여행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사라지는 잡념, 그리고 완성된 제품을 보고 느끼는 성취감 등 웰니스 인증을 왜 받게 됐는지를 느낀다. 더욱이 낯선 사람들과 완성된 제품을 함께 보며 자연스러운 소통까지 할 수 있으니 이만한 웰니스가 없다.
물 좋은 제주의 따뜻함 '회수다옥'
웰니스의 기본 중 하나는 잘 먹는 것이다. 제주만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 회수다옥은 이런 모든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물이 돌아 나서는 곳이란 지명의 회수동은 예로부터 물맛이 좋기로 제주에서도 소문이 난 곳이다. 좋은 물이 오랜 시간과 정성을 담은 차와 만나 만들어 내는 특별한 향과 맛에는 평온함이 배어 있다. 주의 특별한 향과 맛을 통해 몸과 마음을 모두 따뜻하게 만드는 시간도 이어졌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짧은 시간 많은 경험을 위해 '제주 프리미엄 티 맡김차림'을 주문한다. 다소 높은 가격에 가슴이 덜컹, 그러나 차 한 모금에 즐거워하며 차를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제주 프리미엄 티 맡김차림은 5가지 제주산 차와 제주 로컬 작물로 만든 다양한 다식으로 구성됐다. 차 종류도 다양하게 즐기며 제각각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회수다옥의 매력으로는 주변 풍경을 꼽을 수 있다. 차를 즐기고 나와 남원읍 방면으로 향하는 첫 번째 회전교차로 인근 편의점 2층은 해 질 녘 현지인들도 컵라면과 함께 산과 바다 등 현지인의 풍경 맛집이라고 한다.
힐링과 명상의 시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에 많은 숙박시설이 있지만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조금 특별하다. 여느 호텔 등과 달리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만큼 제주에 진심이다. 게다가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곳으로 힐링과 명상 등 제주만의 액티비티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표선 바다를 마주하면서 진행하는 선셋 요가와 명상은 아름다운 제주 일몰을 보며 숙면에 도움을 주도록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등 하루를 포근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전에는 서귀포시 표선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일출과 함께하는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비치호텔리조트는 최근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바꾼 것은 시설이 전부가 아니다. 기존 운영 방식도 모두 바꿨다. 대중관광에서 대안관광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 지역 중심의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외주업체를 통해 상품을 파는 게 아닌 자체적인 액티비티 활동 담당 부서를 운영하며, 고객과 지역 관광활성화의 중계자 역할을 자처한다. 물영아리 오름 트래킹 등이 대표적이다.
UN 관광청도 반한 마을 '신흥2리 제주동백마을'
서귀포시 신흥2리 동백마을은 제주 사람과 제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UN 관광청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로 인증을 받았다. 동백마을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곳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동백숲 및 방앗간이다. 마을 주민들이 동백 씨앗을 모아 방앗간에서 직접 동백기름을 만들고, 동백기름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마을 인근의 동백숲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 은퇴자 공동체 마을 프로그램을 비롯해 8인 기준 이용이 가능한 오마카세 프로그램 등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을 비롯해 자세한 내용은 동백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제주에서 잠시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웰니스를 경험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마을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행의 무게를 더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의 신규 웰니스 관광지를 중심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며 "제주형 웰니스 관광 대표 모델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