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국가대표라면 최고의 선수들이 나가야한다. 경험은 리그에서 쌓고, 대표팀은 성적을 내야한다."
'조선의 4번' 이대호가 모처럼 사직구장 그라운드에 섰다. '최걍야구' 아닌 '롯데 레전드'로서다.
이대호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양준혁스포츠재단 주최 제 12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석했다. '옛 스승'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 로이스터 팀의 일원으로 참여, 좌타석에서의 기습번트부터 마지막 타석 끝내기 결승타까지 맹활약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대호는 무려 8번의 국제대회에 참여했다. 롯데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레전드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발이 느리다, 수비가 약하다는 편견 속에도 수차례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른바 '국제용'으로 불린 대표팀 간판 타자 중 한명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3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의 영광을 쟁취했고, 2009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12 등에도 참여하며 '코리아'의 위명을 세계 야구계에 수차례 빛낸 바 있다.
한편으론 2013, 2017 WBC를 통해 무너지는 한국 야구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던 이대호다. 대표팀은 최근 WBC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에 이어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쓴맛을 잇따라 봤다.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내세운 결과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반전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대표팀 세대교체'라는 말 자체에 대해 고개를 흔들었다.
"국제대회는 경험을 쌓는게 아니라 성적을 내야하는 무대다. 최고의 멤버를 구성해 임해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야구팬들도 승패를 떠나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길 바라지 않을까? 대표팀은 '키우는'게 아니다."
이대호는 2027 WBC, LA 올림픽 등을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키운다는 주장에 대해 "그게 맞나 싶다. 10개 구단이 KBO리그에서 경기하고 있으니까, 리그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들이 나가면 된다. 그래야 성적이 나오고, 팬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구는 일단 축구 등 다른 스포츠와 달리 국제대회 수가 적다. 그 많지 않은 국제대회에선 확실한 드림팀을 꾸려 성적을 내야 10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의 흥행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대호의 속내다.
ABS가 없는 스트라이크존처럼 정말 '국제대회 경험'이 필요하다면, 축구의 A매치 마냥 대표팀을 소집하고 평가전을 치를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대호는 은퇴 당시 "이제 롯데팬으로서 롯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올해도 가을야구에 실패한 고향팀을 여전히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이 성장하면서 활력이 커졌다. 특히 황성빈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윤동희 이야기가 나오자)윤동희는 이미 국가대표 외야수니까…올해 선수단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을 거다. 내년에 투수력이 좀더 받쳐주고, 타선이 업그레이드되면 높은 곳에 있을 거다."
이대호는 한미일 3개국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한 선수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야구장 관람 환경을 이야기하며 "우리도 1000만 관중을 넘겼다, 야구장이 데이트, 나들이 코스가 됐다. 선수도 구단도, 팬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참에 돔구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날씨 탓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야구할 수 있도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돔구장은 고척돔이 유일하다. 오는 2028년 인천 청라돔, 2032년 잠실 돔구장이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