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믿고 보는 배우를 꿈꾸는 루키 김도연(25)이 연기와 흠뻑 사랑에 빠졌다.
호러 코미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김민하 감독, 26컴퍼니 제작)에서 공포영화 클리셰는 모조리 꿰고 있는 영화감독 지망생 지연을 연기한 김도연. 그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아메바'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아메바'은 학교 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독특한 연출력과 유머 넘치는 스토리 구성으로 공포영화의 틀을 비틀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장르적 쾌감을 선사했다. 지난 7월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까지 2관왕을 차지했고 제5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4 가오슝영화제, 제4회 자카르타 필름 위크에도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불어 '아메바'는 신선한 설정만큼 지금껏 본 적 없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메바'를 통해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김도연은 젠지 여고생다운 독특한 매력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유의 유머 감각과 진지함을 절묘하게 조합한 김도연은 공포와 코미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날 김도연은 "전작을 통해 제작사와 인연이 있었다. 제작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은 뒤 곧바로 읽고 작품을 하겠다고 했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작은 캐릭터 내면에 많이 들어가고 유쾌하다기 보다는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면에 무거움이 좀 쌓여있었던 것 같고 그런 지점에서 '아메바' 시나리오를 봤을 때 확 끌렸다. 이 작품을 통해 해소 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다.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지연이라는 캐릭터는 대본을 봤을 때 어떻게 구현될지 한번에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을 찾아본 것 같다. 확실히 감독의 전작을 보니 감독 특유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다양하게 쓰이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재료로 막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장르나 깊이와는 전혀 상관 없이 다양하게 나를 사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코미디에 대한 부담도 없었던 것 같다"며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어려웠던 점이 크게 없었다. 처음에는 이 캐릭터에 로딩이 되는 데까지는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확실히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촬영장에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다. 부담감 없이 들어간 작품이 이 작품으로 처음이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감독이 확실하게 디렉션을 해줘서 의지를 많이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캐릭터처럼 밝고 유쾌한, 순순한 면도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하면서 생각을 많이 비우게 됐다. 원래 연기할 때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연기하니 이 캐릭터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해야겠다고 여겼다. '아메바' 속 친구들은 그냥 생각이 많지 않은 친구들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성격인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나도 10대 그런 것 같다. 10대 이후부터는 생각도 많아지고 몸도 굳었는데 그걸 유연하게, 말랑말랑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지점이 있었다"며 "10대와 20대는 데뷔 전과 후로 나뉜다. 10대 때 데뷔 한 뒤 사회생활을 했는데 원래 단순한 면이 있고 학교 다닐 때도 고민이 없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나와 혼자 글을 통해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머리 속에 있는 걸 다 꺼내는 편으로 바뀐 것 같다. 전보다 많이 진지해졌다. 너무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사람이 이 작품을 하고 나서 가벼워진 것 같다. 그 부분도 나에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곱씹었다.
2017년 걸그룹 위키미키로 데뷔한 김도연은 지난 6월 12일 디지털 싱글 'CoinciDestiny'(코인시데스티니)를 발매한 뒤 8월 16일 해체를 공식화했다. 김도연은 "위키미키 해체 후 아쉬움이 많다. 멤버들도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고군분투 해 다 같이 합심해 열심히 달려오지 않았나? 그래서 아쉽지만 또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니까"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열심히 해 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쉬웠던 것 같다. 멤버들도 각자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다들 인생 2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고 용기를 얻어 새로운 출발을 행복하게 해 나가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는 "어제 멤버 (최)유정이가 내게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어제 시사회 때 멤버들이 다 와줬다. 열심히 하고 싶을 수록 내 부족함이 많이 보이고 그런 걸 생각 하게 됐다. 빨리 자신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정이가 '넌 역시 최고야' '너무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 줬다. 그 응원을 듣고 내 고민이 다 깨졌다. 지금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차근차근 잘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대감을 생각하게 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이돌 경험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는 김도연은 "덕분에 대처 능력이 빨라졌다. 아이돌 때는 빠르게 돌아가고 스케줄도 바쁘다. 그럼에도 완성도는 높여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주문이 들어왔을 때 빠르게 이해하고 니즈를 채워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키미키 해체 이후 곧바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과정에 대해서도 "유학도 단순하게 결정한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유학을 가고 싶었다. 정확히 연기 학교를 가야겠다 싶다는 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를 확장하고 싶고 다양한 경험, 모험을 하고 싶었다. 그런 것을 꿈꾸다가 딱 그럴 수 있는 타이밍이 오더라.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 가야겠다는 결정을 했고 그때 검색하다 영국의 연기학교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검색을 통해 한국인이 영국의 연기학교를 졸업한 글을 보게 됐다. 그 분에게 수업을 요청했고 그 선생님과 수업을 1년간 했다. 신체 훈련 위주로 수업을 받았는데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게 나에게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그래서 영국 학교에 더 관심이 생겼다. 쇼코스가 있는데 그게 두 달 코스였고 다녀오니 연기적인 답을 얻은 것은 없다. 대신 연기는 답이 없다는 걸 배웠다. 나에 대한, 연기에 대한 문이 많이 열린 것 같다. 새로운 길도 있고 그 형태가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내가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영어도 좀 늘었다"고 웃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 등이 출연했고 김민하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