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데뷔 첫해 100안타를 쳤던 19세 당돌한 소년. 1년만에 '빛'을 잃은 신예는 부활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김민석(20)은 고민 가득한 한해를 보냈다. 이른바 2년차(소포모어) 징크스에 혹독하게 시달렸다. 좋았던 컨택은 흔들리고, 공수에서의 약점만 도드라진 시즌이었다.
김민석은 데뷔 첫해 무주공산이었던 롯데 외야의 중원을 꿰찼다. 올스타전에서 제니의 춤을 추며 팬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고, 팀내 유니폼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까지 누렸다.
하지만 올시즌은 달랐다. 주전 중견수를 꿰찬 윤동희에 202안타 신기록에 전경기 출전까지 달성한 레이예스가 두 자리를 책임졌다. 여기에 황성빈이 눈을 뜨고, 캡틴 전준우 역시 간혹 좌익수로 출전하면서 김민석의 입지가 흔들렸다.
김민석은 주전이 아니면 활용폭이 좁아지는 선수다. 대주자로 나설 만큼 아주 빠른발이나 주루센스를 갖추진 못했다. 또 김민석이 좌익수로 나서면 1루주자가 거침없이 3루로 뛸 만큼 어깨가 약하다는 단점도 만천하에 공개돼 대수비로도 적합하지 않다. 황성빈은 물론 장두성이나 신윤후의 활용도를 넘기도 쉽지 않았다.
지명타자로 주로 나선 전준우를 제외하면 팀내 외야수 중 레이예스 윤동희 황성빈 다음으로 많은 76타석을 부여받았지만, 2할1푼1리 OPS 0.544에 그쳤다. 자신의 강점인 날카로운 방망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오랫동안 2군에 머물러야했다.
울산 KBO Fall 리그(교육리그)에선 달랐다. 타율 3할3푼3리(27타수 9안타)에 결승전 4안타 3타점을 몰아치며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일단 부활을 위한 터닝포인트는 마련한 모양새다.
김민석은 "교육리그에서 한국 뿐 아니라 다양한 투수들의 공을 쳐보니 구질도 좀 다양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던 1년이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급했어요"고 돌아봤다.
이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야구선수 할날은 많은데, 이런 부진이 빨리 왔으니까, 약점을 극복할 기회도 빨리 온 거잖아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첫해에는 스트라이크존보다는 자신이 노리는 공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타자였다.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내니 조급함이 드러났다. 달라진 ABS(자동볼판정 시스템) 시대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김민석은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이 급했어요. 상황에 맞지 않는 타격이 많았던 거 같아요. 투수랑 싸워야하는데 나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었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원래 전 공을 보고 바로 치는 스타일인데, 너무 확인하고 정확하게 치려는 마음이 앞섰던 거 같아요. 작년만큼 타격이 안되다보니 선구안도 좀 흔들린 거 같고."
팬들의 비판은 김민석의 마른 체형에 특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느덧 단단한 근육질로 변한 윤동희 나승엽과는 달리 공에 힘을 싣지 못한다는 것.
김민석 역시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다만 나승엽 역시 데뷔초 근육을 붙이는데 고생한 이력이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김민석 역시 딱 벌어진 어깨와 보기보다 탄탄한 뼈대의 소유자다.
"올겨울은 피지컬을 키우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물론 야구 기술도 중요하지만, 웨이트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고요. 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장거리 타구를 날릴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컨택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겠죠."
김민석은 "갈수록 배트도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타격 밸런스가 좀 깨지지 않았나 싶고, 주 포지션을 좌익수로 바꾸면서 수비에서도 좀 움츠러드는 부분이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김민석을 향한 비난보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또 김민석은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면 지금의 비난 역시 응원으로 바뀔 거라는 점도 잘 안다.
"팬들께 아쉬운 모습만 보여드린 1년인 것 같아요. 1년 1년 쌓아가는, 또 그 연차에 맞는 야구를 잘하는 김민석이 되고 싶습니다. 더이상 '노력을 안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올겨울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