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까지껏, 열심히 해야죠."
'아시아 최강' 일본을 만나지만,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인도네시아 축구 영웅'으로 불리는 신 감독은 걷는 걸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23년 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을 이뤄냈고,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올랐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도 기대이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중국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3무1패를 기록 중이다. 9월에는 아시아 정상권의 사우디, 호주와 연이어 비기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10월 첫 승을 기대했던 바레인(2대2 무), 중국전(1대2 패)에서 다소 주춤했지만, 분명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이다. 휴가 차 한국을 찾은 신 감독은 30일 '천정팀' 성남FC와 서울 이랜드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목동종합경기장을 방문했다. 취재진을 만난 신 감독은 "실질적으로 우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0위다. 어느 팀과 붙어도 힘들다. 사실 바레인전을 이겼으면 분위기를 타고 갔을텐데, 그래서 내가 지금도 그 경기를 도둑맞았다고 얘기한다. 아쉽다. 지금은 사실 분위기가 중요한데, 찬물이 완전히 끼얹어졌다. 우리에게 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더욱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성과는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를 대하는 상대 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전이 대표적이었다. 신 감독은 "중국과 경기하는데, 그렇게 내려앉을줄 몰랐다. 중국이 92위다. 점유율부터 슈팅수까지 우리가 모든 면에서 앞섰다. 우리를 쉽게 생각했다가는 다치겠다 싶으니까, 조심해서 나오더라"라고 미소지었다.
신 감독은 11월 힘겨운 일정을 앞두고 있다. 15일 일본을 만나고, 19일에는 사우디와 격돌한다. 일본은 현재 가장 힘겨운 상대고, 사우디도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을 경질하고 에르베 레나르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이번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신 감독은 "11월 일정은 우리조에서 가장 강한 일본이 버티고 있어서 고비다. 우리 홈에서 하는 2연전인만큼 어떻게 하든 잘 만들어봐야 한다"며 "까지껐 열심히 해야죠"라고 미소를 지었다.
신 감독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성남의 부진에 안타까워했다. 신 감독은 성남에서 데뷔해 성남에서만 뛴 원클럼맨이다. 숱한 영광을 이뤄낸 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지도자의 출발 역시 성남이었다. 그런 성남은 최근 18경기 무승의 수렁에 빠졌다. 올 시즌 최하위가 확정됐다. 신 감독은 "축구라는 게 그런 거지만, 너무 안타깝다. 성적이 너무 저조하니까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계기를 만들면 다시 충분히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성남을 응원했다.
대표팀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한 '절친' 전경준 감독에 대해서도 조언을 건넸다. 신 감독은 "이틀 전 잠깐 만났다"며 "'네가 갖고 있는 생각과 선수들의 기량을 고려해서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오자마자 너의 축구 철학을 한 번에 입힌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아들 이야기도 나왔다. 신재원은 최근 성남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다. 신 감독은 "측면에서 뛰면서 크로스 능력이 좋은 선수다. 아버지 관점이 아닌 지도자의 관점에서 크로스 능력만큼은 인정한다. 다만 세밀함이 부족하다"며 "귀국해서 집에 오면 길게는 안 하고 10~20분 정도 전체적인 경기 내용이나 전술적인 움직임 등에 대해서 조언을 해준다. 특히 상대 수비가 내려앉았을 때 '공격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간이 없어도 동료를 이용해서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