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가장 고민은 4번이다."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둔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부상 악재 속에 투-타 주축 자원들이 빠진 가운데 첫 관문인 1라운드 통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 상무전 등 국내에서 실전 점검을 통해 밑그림에 색깔을 입힐 계획이지만, 쉽게 구도를 잡지 못하고 있다.
류 감독은 "노시환(한화)가 있었다면 걱정을 안 하는데..."라며 "일단 쿠바전 두 경기와 상무전까지 여러 선수가 4번 자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치는 그림들이 좋다. 이주형(키움)은 치는 걸 보니 '저래서 잘 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테이블세터-클린업트리오-하위타순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타선 컨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구성 내 최대한 강점을 끌어 올려 새로운 컨셉을 만드는 것도 좋은 팀 컬러가 될 수 있다. 좋은 타격 능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점은 세대 교체에 초점을 맞춘 대표팀에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찬스 상황에서 결정을 지어줄 해결사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김도영(KIA)의 역할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이번 대표팀 내에서 해결사로 불릴 만한 선수다. 시즌 타율(3할4푼7리)과 홈런(38개), OPS(출루율+장타율·1.067),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7.34) wRC+(조정 득점 창출력·167.5) 모두 올 시즌 국내 타자 중 1위를 기록했다. 콘텍트, 장타력, 주루 센스까지 모든 걸 갖춘 '만능 툴'이다. 올 시즌 KIA에서 3번 타자로 주로 나서 '해결사' 기질을 보여주기도.
올 시즌 KIA에서 김도영이 가장 많이 선 자리는 3번이다. 3번 타자로 타율 3할4푼1리(328타수 112안타) 24홈런 73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 뿐만 아니라 4번 최형우, 5번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및 빅이닝 오프너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2도영(2번 타자 김도영)'의 활약상도 가공할 만했다. 타율 3할3푼6리(149타수 50안타) 9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4할2푼9리(63타수 27안타) 5홈런 14타점을 만들어낸 '1도영(1번 타자 김도영)'도 가능한 옵션 중 하나다.
김도영이 2번 타순에 나섰을 때 출루율은 0.395, 장타율은 0.591이었다. 하지만 3번 타순에선 출루율 0.424, 장타율 0.662였다. 두 타순에 비해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1번 타순에서의 출루율은 0.472, 장타율은 0.746이었다.
류 감독은 김도영 활용법에 대해 "일단은 3번 타자 정도로 생각 중"이라면서도 "고정보다는 (대만 출국 전까지는) 테스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38홈런-40도루로 증명된 호타준족의 기질,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앞으로 펼쳐질 대표팀 평가전에서 김도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선을 보일까.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