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는 올시즌 내내 불펜 고민이 컸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유망주로 2차드래프트를 통해 NC 다이노스에서 데려왔던 우완 이종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으로 1군 캠프,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러나 사실 올해보다는 내년시즌을 바라보고 출발했었다. 4월에 올라와 40일 정도 1군에 머물면서 경험을 쌓은 이종준은 2군에서 선발로 나서 많은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공을 찾았다.
8월에 다시 1군에 온 이종준은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고, 염경엽 감독은 이종준을 필승조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27경기에 등판해 1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며 첫 1군 시즌을 보냈다.
스스로 "생각 이상으로 잘 된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LG 불펜을 생각했을 땐 막막했다. 그래도 올해 공백이 생겨서 나에게도 운좋게 기회가 왔고, 한번 2군에 내려갔지만 뭘 더 준비해야되는지 알 수 있었고, 2군에서 잘 준비해서 올라와서 후반기엔 생각보다 잘 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필승조로 기용을 해주셨고 잘 하진 못했지만 경험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8월에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9월에 필승조로 올라섰는데 이때 승, 패, 홀드를 모두 기록했다.
9월 10일 롯데전서 1-1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등판해 1이닝 2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이종준은 17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3-3 동점이던 7회말 등판해 고승민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았고, 팀이 3대7로 패하며 또한번 패전 투수가 됐다.
이틀 뒤인 19일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기록. 6-4로 앞선 8회말에 올라 1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지키는 필승조의 역할을 했다.
시즌 최종전의 승리투수였다. 9월 28일 대구 삼성전서 선발 이지강에 이어 5-4로 앞선 4회말 두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고, 그대로 팀이 11대4로 승리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종준은 "구속이 좋아졌다. 최고 151㎞까지 찍었다. 8월엔 제구도 좋아서 타자들과 싸울 수 있었다"면서 "9월에 막상 기회를 얻으니 잘 안됐다. 그때 못했던 게 아쉽다. 숙제로 남은 것 같다. 비시즌에 준비할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한번도 던지지 못했던 신예 투수가 1군에서 필승조까지 했고, 포스트시즌에도 참가해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하며 경험을 쌓았다. 1차전에선 8회말에 올랐는데 윤정빈과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김대현으로 교체됐었다. 아쉽게 이종준이 내보낸 주자 2명이 모두 득점을 하며 이종준에게 2실점이 기록됐다. 15일 2차전에서도 8회말 1사 1루서 등판해 안타 2개를 맞아 선행 주자를 득점하게 했었다.
첫 포스트시즌은 2경기서 ⅔이닝 4안타 2실점으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종준은 "첫 포스트시즌이라고 해서 크게 긴장되진 않았고, 정규시즌 때와 다르지 않게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형들이 내 얼굴이 하얗게 떠서 긴장된 게 다 보였다고 하시더라. 나는 내 실력이 안된거지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라고 말씀드렸다"라면서도 "부모님이 TV로 보셨는데 긴장한 표정이 보였다고 하시더라.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고 하셨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LG로 오게 돼서 포스트시즌까지 던질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나에겐 만족스러운 한 해다. 커리어 하이 시즌 아닌가"라고 했다. 롯데전서 첫 패전 투수가 되고 투구 내용이 별로 좋지 않을 때 표정이 좋지 않자 주장인 김현수가 이종준에게 해준 조언이 '커리어 하이'였다. "현수형께서 지금 뭘 해도 커리어 하이니까 기죽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에피소드도 말했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