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괜히 불펜에 가서…"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장탄식이다.
우완 사이드암 이강준이 낙마했다. 이강준은 29일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오른쪽 팔꿈치 이상을 느꼈다. 검진 결과 최대 4주 진단을 받으면서 결국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지난 25일 KBO 전력강회위원회 선택에 따라 추가 소집 발표가 이뤄진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낙마다.
류 감독은 "내가 괜히 다가갔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는 "LG 트윈스 시절에도 코치들이 '감독님 제발 불펜에 오지 마시라'고 한 적이 있다. 감독이 지켜보고 있으면 젊은 투수들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강준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렇게 됐다. 오늘 상무로 돌아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이강준은 올해 퓨처스(2군)리그 44경기 47⅓이닝 3승1패8홀드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6의 좋은 활약을 보였다. 프로 데뷔 시점부터 150㎞ 초반대 직구로 시선을 사로 잡았던 그는 지난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가진 KIA 타이거즈와의 퓨처스(2군)경기에서 전광판 기준 구속 160㎞를 찍은 바 있다. 내달 7일 전역하는 이강준은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전역증도 챙겼다"며 승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1주일도 안돼 좌절된 태극마크의 꿈, 그러나 짧은 동행 속에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류 감독은 "공이 진짜 좋다. 굉장히 기대된다"며 "잠깐 봤지만, 정말 예쁘게 던진다. 공을 때리는 느낌이 너무 좋다. 어떤 선수가 될 지 모르지만, 굉장히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투수들 근처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농반진반 대답을 남겼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