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경기씩 넣어야 하나, 아니면 대만과 호주에 같은 투수를 넣어야 하나."
프리미어12 결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고민 또 고민이다. 투수를 생각하면 말이다.
사실 불펜쪽은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 젊고, 싱싱한 강속구 자원들이 줄을 섰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 김택연(두산), 현 시점 구위로는 최강인 박영현(KT)에 정해영 곽도규(이상 KIA) 조병현(SSG) 소형준(KT) 김서현(한화) 등 누구를 내야할 지 고민할 정도로 유망한 선수들이 넘친다. 류 감독도 "박영현, 김택연, 소형준이 너무 좋다. 우리 중간 투수들이 각 팀 마무리들이다. 누가 처음이고, 누가 뒤인지 순서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마무리로는 김택연과 박영현의 2파전. 류 감독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부 다. 하나 찍지"라며 웃었다.
하지만 선발쪽은 정반대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문동주(한화)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박세웅(롯데)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해 뽑히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가장 안정적인 모습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야할 원태인(삼성)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올시즌 급격히 좋아진 구위를 선보인 손주영(LG)도 플레이오프에서 팔꿈치 문제가 생겨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남은 선발 투수는 고영표 엄상백(이상 KT) 곽빈 최승용(두산)밖에 없다.
최승용도 확실한 선발 자원이라고 보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급하게 원태인을 대신할 선수로 임찬규(LG)를 불러들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까지 경기를 하고, 지난해부터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임찬규로 급한 불을 껐다. 직구 구속도 140km 중반대로 준수하고, 커브 각이 크며 경기 운영과 제구도 좋다. 크게 휘두르는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등에 적합할 수 있다.
어찌됐든 최승용 포함, 선발 5명 구색이 맞춰졌다. 프리미어12는 대만에서 B조 예선 5경기를 치른다. 내달 13일 대만,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붙은 뒤, 하루를 쉬고 18일 호주와 최종전을 치른다.
류 감독은 "선발들에게 1경기씩을 맡길 지, 다른 방법으로 갈 지 고민중이다. 투수코치와 계속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이라면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투수가 첫 경기 대만전에 나가고, 4일 휴식 후 마지막 호주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면 선발에서 탈락하는 한 선수가 1+1 개념으로 투입될 수 있다.
이는 문동주와 같이 압도적인 구위로 1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인데, 현 대표팀 선발진 구성은 누구 하나 압도적인 선수 없이 고르게 잘하는 선수들로 꾸려져 있어 류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지켜봐야 한다. 또 곧바로 이어지는 슈퍼라운드 구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1선발을 아껴놓으면, 슈퍼라운드 진출 시 유리해질 수 있다.
대표팀 강점은 불펜이기에 선발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 초중반부터 불펜 물량 작전을 펼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한편, 숙명의 라이벌 일본전 선발에 대해 류 감독은 "요즘에는 왼손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많은 일본을 상대로 구대성, 김광현, 봉중근 등 좌완 투수들이 '일본 킬러'로 활약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마땅한 좌완이 없는데다, 다른 나라들도 우투 좌타들이 많아 특별히 일본을 상대로만 좌투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