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결국 토트넘의 구세주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이다.
손흥민의 복귀가 임박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예고했다. 그는 베일에 싸였던 손흥민의 상태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은 아니다. 그는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경기 후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모든 것이 괜찮다면 손흥민은 다음 주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흥민은 잘 발전하고 있는 듯 하다. 다음 2경기 중 하나는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하는 2경기는 31일 오전 5시15분(이하 한국시각) 맨시티와의 2024~2025시즌 리그컵(카라바오컵) 16강전과 11월 3일 오후 11시 애스턴빌라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0라운드다. 두 경기 모두 토트넘의 안방에서 열린다. 빠르면 맨시티전 복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6일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유로파리그(UEL)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그는 이후 토트넘이 치른 3경기에 결장했다. A매치 합류도 불발됐다.
그라운드에 다시 선 것은 EPL 8라운드였다. 손흥민은 19일 웨스트햄전을 통해 복귀했다. 명불허전이었다. 그는 1-1로 균형을 이룬 후반 '1골-1기점-1자책골 유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7분 이브스 비수마 결승골의 발판을 마련한 손흥민은 3분 뒤 자책골을 만들었다. 후반 15분에는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8분 만에 웨스트햄을 무력화시켰다. 토트넘은 시즌 3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을 앞세워 4대1로 대승했다.
하지만 우려는 있었다. 그는 3호골을 터트린 후 또 한번 결정적 찬스를 맞았지만 아쉽게 놓쳤다. 도미닉 솔란케의 스루패스가 웨스트햄 수비 맞고 나오자, 뛰어들던 손흥민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화답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그리고는 제대로 뛰지 못했다. 질주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오는 볼은 패스로 동료에게 연결했다. 손흥민은 기립박수 속에 후반 25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또 다시 2경기 연속 결장했다. 토트넘은 25일 AZ알크마르(네덜란드)를 상대로는 손흥민의 부재에도 히샬리송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신승, UEL에서 3전 전승을 기록했다. UEL 리그 페이즈 순위에서도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9라운드에선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카드로 알크마르전에서 맹활약한 17세 마이키 무어를 낙점했다. EPL 첫 선발이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17세 신화'는 없었다.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무어는 후반 17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될 때까지 25회 터치에 그쳤다. 드리블 성공은 0회(0/3)로 좌절했고, 볼 경합 성공률도 33%(3/9)로 낮았다. 슈팅은 '제로'였다.
손흥민의 빈자리가 유난히 컸다. 토트넘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는 팰리스전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은 주장이지만, 우리는 큰 선수단을 가지고 있기에 손흥민의 부재를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손흥민 없이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볼멘 목소리를 토해냈다.
승점 13점에 머문 토트넘은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4승1무4패로 8위에 위치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홈과 원정의 불균형이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EPL에서 안방에선 3승1패를 거둔 반면 원정에서는 1승1승3패에 그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알크마르전을 앞두고는 "손흥민은 지난 주말 경기 이후 약간 통증을 느꼈다. 경기엔 내보내지 않고 상태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팰리스전 사전 기자회견에선 "손흥민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100%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주말 경기 출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복귀전이 맨시티로 결정될 경우 적장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달갑지 않다. 토트넘은 홈에선 맨시티 '킬러'였다. 지난 시즌 FA컵과 EPL 각각 0대1, 0대2로 패하며 무패가 끊겼지만 그전까지 토트넘은 안방에서 맨시티에 5연승을 달렸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19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5월 토트넘전에서 손흥민이 맨시티 골키퍼 오르테가와 1대1 찬스를 맞자 그 자리에서 벌러덩 드러눕기도 했다.
실점을 직감한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은 오르테가 선방에 막혔고, 경기는 맨시티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EPL 사상 첫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위업 달성의 분수령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시 "지난 7~8년간 손흥민에게 얼마나 많이 당했는지 아나? '맙소사, 또, 안돼'라고 생각했는데 오르테가가 엄청난 선방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EPL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리그컵에는 에너지를 쏟지 않을 것이라며, 백업 자원을 투입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대회가 리그컵이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정상에 등극한 이후 17년간 '무관'이다. 2020~2021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 올랐지만 맨시티에 0대1로 패했다.
리그컵은 그나마 가장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대회다. 손흥민의 힘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