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명품 매출을 이끄는 효자 품목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방 중심의 성장세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 시계 등 장신구 위주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백화점 업계의 명품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차이도 보였다. 희소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코로나 기간인 2022년 20%대의 이례적인 신장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5%대로 줄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분기별 신장률은 5∼10%대 수준으로 오르며, 명품 판매 실적도 반등했다.
명품 매출 성장세는 장신구와 시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올해 현대백화점의 명품 장신구·시계 매출은 지난 2022년을 상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간 장신구 매출 증가율은 2022년 31.4%에서 지난해 15.5%로 낮아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분기 33.5%, 2분기 29.9%, 3분기 33.4% 등으로 작년 동기보다 증가하면서 2022년 신장률을 넘어섰다. 시계 매출 신장률도 2022년 14.5%에서 지난해 8.8%로 낮아졌지만, 올해 1분기 15.5%, 2분기 16.7%, 3분기 15.3% 등을 기록하며 2022년 신장률을 앞섰다.
명품 전체 매출 신장률이 2022년 22.3%에서 지난해 5.8%로 떨어진 이후 올해 분기별로 11∼12%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장신구와 시계 성장세는 뚜렷했다. 이런 분위기는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 22.1%에서 지난해 0.3%에 그쳤다. 장신구와 시계 매출 신장률도 2022년 23.9%에서 지난해 1.5%로 낮아졌다가 올해 들어 1분기 17.5%, 2분기 12.7%, 3분기 18.8% 등으로 증가세다.
롯데백화점의 전체 명품 매출은 2022년 25% 증가했다가 지난해 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달리 올해 1분기 10% 증가했고, 2·3분기에는 각각 5% 늘었다. 장신구 매출 신장률은 전반적으로 명품보다 10%가량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도별 매출 증가율은 2022년 35%에서 지난해 5%로 줄었던 것과 달리 올해 1분기 30%, 2분기 10%, 3분기 15%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백화점 3사의 명품 효자 품목이 장신구, 시계 등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그동안 가방과 의류에 치중된 국내 명품 소비가 코로나 이후 장신구로 옮겨가고 있고, 시계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많은 소비를 바탕으로 명품 가방에 대한 희소성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등이 소비 수요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도 늘어나는 수요를 반영, 장신구 상품군 강화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 8월 최고급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가 청담동 명품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주력매장)를 열었고, 샤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신구 단독 매장을 공사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고가의 제품 구매도 마다하지 않은 스몰럭셔리(작은사치) 소비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고,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하는 희소성 중심의 소비 경향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장신구와 시계 등이 당분간 명품 시장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