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IA 타이거즈가 전신 해태 시절 삼성 라이온즈와 마지막으로 맞붙은 1993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는 '대도' 이종범(전 KIA)의 발이 두 팀의 명암을 갈랐다.
이종범은 당시 타이거즈가 1승 1무 2패로 밀린 채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5∼7차전에서만 도루 4개를 기록하고 삼성 배터리를 흔들어 역전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종범은 그해 KS에서 7개의 도루를 기록해 故 장효조(삼성·1984년)와 더불어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 도루 공동 1위를 달린다.
삼성으로서는 수비형 포수 박선일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쳐 KS에 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후 31년 만에 KS에서 다시 만난 KIA와 삼성의 '달빛 시리즈'에서도 KIA의 뛰는 야구를 삼성이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타력을 겸비한 호타 준족의 자질을 유감없이 뽐낸 '제2의 이종범' 김도영(KIA)의 발을 프로 데뷔 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KS 무대를 밟은 삼성 포도대장 강민호가 얼마나 잘 묶느냐가 핵심이다.
홈런 38개와 도루 40개로 정규 시즌을 마감해 역대 국내 선수 최초의 40홈런-40도루 달성을 아쉽게 놓친 김도영은 20일 열린 KS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야구'를 공식 선언했다.
김도영은 "비공식 경기(KS 대비 연습경기와 청백전)에서 홈런 2개를 채워 40-40을 이뤘기에 마음이 편하다"며 "한국시리즈에서는 강점인 발을 이용해 상대를 공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도영은 올해 삼성과 치른 16경기에서 도루 4개에 성공했다. 실패는 없었다.
김도영은 또 삼성전에서 가장 많은 14개의 볼넷을 골랐다. 9개 구단을 상대로 한 출루율을 보면, 삼성과의 경기에서 4번째로 높은 출루율(0.427)을 기록했다.
삼성은 김도영의 출루를 원천 봉쇄하는 데 집중하되 그가 누상에 나간다면 당대 최고 포수 중 한 명인 강민호의 정확한 송구에 기대를 건다.
강민호는 19일 LG 트윈스와 치른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 홍창기, 2회 오지환의 2루 도루를 연속으로 막아 쌍둥이의 뛰는 야구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강민호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베이스 위가 아닌 주자가 달려오는 길목으로 송구하는 연습을 했고 운이 좋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로 들어간 야수에게 송구했다가는 주자가 2루에서 살 가능성이 크기에 주자가 2루에 닿기 전 슬라이딩할만한 지점에 공을 던져 잡겠다는 전략이 통한 셈이다.
실제 홍창기는 당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손으로 2루를 찍기 전에 다리가 강민호의 송구에 먼저 걸린 바람에 아웃됐다.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강민호의 송구법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김도영은 "큰 욕심은 없다"면서도 "내가 할 것만 하면, (자신이) 스타성이 있다면 한국시리즈 MVP도 받을 것"이라며 내심 통합 MVP의 꿈을 감추지 않았다.
공수의 주축인 강민호는 박진만 삼성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반대로 KIA 선수들은 가장 경계하는 대상 1호다.
두 팀 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김도영과 강민호의 일거수일투족이 21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KS를 빛낼 맛깔스러운 양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cany9900@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