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강추위도 잊게 할 열정이다. 가슴으로 치열하게 연기한 정우와 김대명, 박병은이 6년 만에, 우여곡절을 딛고 관객을 찾게 됐다.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김민수 감독, 리양필름 제작).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낮엔 수사에 밤엔 불법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 챙기는 형사 명득 역의 정우, 명득과 친형제처럼 수사도 뒷돈 챙기는 부업도 함께 하는 형사 동혁 역의 김대명, 명득의 예전 동료이자 지독한 악연으로 엮인 광수대 팀장 승찬 역의 박병은, 그리고 김민수 감독이 참석했다.
강렬하고 역설적인 제목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낮에는 강력계 형사로 사건을 수사하지만, 밤에는 불법 영업소와 범죄 조직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더러운 돈을 챙기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건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형사가 직접 범죄를 저지르는 스토리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기존 범죄 영화 문법을 완전히 비껴간 새로운 범죄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정우, 김대명, 박병은까지 연기 일당백 베테랑이 모여 친형제보다 더 진한 버디 케미부터 아슬아슬한 대립각까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열연을 펼쳐 눈길을 끈다. 친근함과 긴장감을 오가는 연기 호흡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였다.
이날 김민수 감독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치 판단을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에서도 그런 순간을 맞은 인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기대감도 있고 이 제목이 너무 직접적이지 않나 싶어 고민이 됐다. 직설적인만큼 소박하지만 정직하고 힘이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 제목처럼 결말도 분명하고 시원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촬영 6년 만에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개봉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영화에 정성을 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변에서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 장면 바람 소리, 발자국 소리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재주가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서 더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정우는 "형사라는 직업이 범인을 잡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 영화에서는 형사가 범인이 된다. 그런 상황이 참신하고 기발한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범인들이 느껴야 하는 감정들, 쫓기는 감정, 누군가에게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연기하는 감정이 새로웠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의 딸이 있다. 연기를 할 때 실제 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연기할 정도였다. 그만큼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르면 안되지만 명득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명득의 감정에 관객이 올라타는 것에 있어서 잘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쁜 짓은 하면 안된다"고 웃었다.
고생담도 특별했다. 정우는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 너무 추운 겨울에 촬영했다. 몸을 바들바들 떨며 촬영했는데 저수지에 옷을 벗고 몸을 씻은 장면이 아직도 기억 난다. 또 해 뜨기 직전까지 액션을 치열하게 촬영했던 것도 생각난다"고 곱씹었다.
6년 전 촬영과 달라진 모습을 떠올리며 "샤프한 내 얼굴이 낯설더라. 그 당시 연기에 고민하고 치열했던 내 눈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작품마다 애를 쓰고 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내 자신에게 고마웠다. 같이 함께한 동료, 스태프가 많이 생각나기도 했다"며 "처음 이 작품을 할 때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다른 작품에서 나올 법한 설정이 있었다. 그런 설정이 자칫 장치로만 소모될까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더 가슴으로 연기하려고 했고 덕분에 명득의 감정에 공감이 많이 됐다. 정성을 들인 느낌을 받아 참 감사하더라"고 덧붙였다.
김대명은 "범죄 액션 장르를 처음 접한다. 개인적으로 많이 준비를 했고 재미있게 열심히 한 작품이다"고 소회를 전했다.박병은은 "이 제목에서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어떤 영화일지 궁금했다. 어떤 영화이길래 직설적일까 싶었다. 자신들이 벌인 일을 자신들이 수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이 커졌다. 주인공들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는 재미도 컸다. 제목에 맞는 좋은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연기한 승찬은 비단구렁이 같은 인물이다. 연기를 할 때도 그런 느낌으로 다가갔다. 비단구렁이처럼 살며시 조여가며 많이 유추하고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정우, 김대명, 박병은이 출연했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각본을 집필한 김민수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