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요르단)=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붉은 유니폼과 유럽파 선수가 속한 클럽, K리그 클럽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북적였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선수와 팬의 이동 편리성을 위해 3년만에 가동한 전세기를 타고 요르단전 원정 응원에 나서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팬들이었다. 그 수만 200명에 달했다. 200명은 축구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변함없는 관심을 대변하는 수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국회 현안질의에까지 불려간 한국 축구, 특히 협회를 둘러싸고 몇 달째 시끌시끌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은 '협회 문제는 협회 문제, 선수 응원은 선수 응원'이라는 마음 하나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들여 전세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표팀 응원 보이콧'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이다.
축구팬 노상호씨(26)는 "주변에선 최근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회사 휴가까지 써가며 굳이 (요르단 암만에)갈 필요가 있냐고 했지만, 그저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가게 됐다"고 전세기를 신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축구팬들이 지난달 A매치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정몽규 협회장, 홍명보 감독의 '아웃'을 외쳤고, 선수들에게까지 야유를 보냈다. 보다 못한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팔레스타인과 무득점으로 비긴 후 팬들에게 야유 자제를 요청하는 코멘트를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측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 여부를 두고 축구협회를 감사했고, 최근 그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국회까지 나서 정 회장과 홍 감독을 국회로 불러 협회 행정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파고 들었지만 기존에 이미 드러난 거 외에 임팩트는 거의 없었다.
축구팬, 정 회장 등 협회 임직원, 취재진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는 분쟁 중인 중동 상공을 피해 튀르키예, 지중해, 이집트 상공을 지나 12시간40분만인 한국시각 10일 새벽에 요르단 암만 퀸 알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축구팬은 장거리 비행에 지칠 법하지만, 요르단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밝은 표정으로 숙소로 이동했다. 초등학생 1학년 아들 이재혁군(8)을 둔 이덕희씨(41)는 "아들이 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9월 팔레스타인전을 안 가는 대신 요르단 원정에 가기로 아들과 약속했다. 좋은 기회가 와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광팬이라고 고백한 이재혁군은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번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목청껏 응원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축구팬 200명은 현지교민 400여명과 함께 10일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에서 홍명보호의 승리를 응원했다. KFA는 사전에 원정석 규모를 최소 800석 확보해뒀다.
한국은 지난달 팔레스타인과 0대0으로 비기고, 오만을 3대1로 꺾으면서 승점 4점으로 요르단(승점 4점)에 이어 B조 2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올초 카타르아시안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진 아픔이 있다. 늘 까다로운 중동 원정에서 팬들의 열렬한 응원은 선수들이 한발짝 더 뛰는 원동력이 된다.
홍 감독은 9일 요르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아시안컵 경기 때문에 (요르단)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자신감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변화가 있고, 월드컵 경기에 대한 경험도 있고, 이 경기의 중요성도 알기 때문에 내일 좋은 경기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선수단은 요르단전을 끝마친 직후 퀸 알리아 공항으로 곧장 이동해 전세기에 몸을 싣는다. 경유를 하지 않고 인천까지 논스톱 이동해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라크전을 앞두고 피로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만(요르단)=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