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수비는 박승욱에 밀리지 않는다. 베테랑들보다 오히려 낫다."
수비에 대해 까다로운 사령탑의 인정을 받았다. 키가 크지 않지만, 기민한 발놀림과 빠른 송구 동작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갓 데뷔한 20세 신인으로선 놀라운 성과다.
롯데 자이언츠 이호준(20)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에는 1라운더 전미르, 중후반에는 2라운더 정현수의 활약을 지켜만 봤다.
하지만 7월부터 대주자, 대수비로 조금씩 1군에 모습을 드러냈고, 9월에는 이호준의 날도 하루 있었다. 9월 28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이호준은 4회초 고승민 대신 2루에 교체 투입된 뒤 데뷔 첫 안타를 우중간 3루타로 장식했다. 이후 득점까지 했다. 6회말에도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눈부신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격수는 자타공인 롯데의 약점 포지션 중 하나로 꼽힌다. 올시즌 베테랑 박승욱이 한 시즌 내내 책임졌다. 그는 올해 데뷔 이후 첫 세자릿수 안타를 쳤다. 하지만 실책 22개로 이 부문 4위에 오르는 등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타격에서도 OPS(출루율+장타율) 0.716으로 살짝 한계를 보였다.
그럼에도 박승욱은 1년 내내 2군행 없이 중용됐다. 시즌초 번갈아 기용되던 노진혁 이학주 등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에선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호준을 오랫동안 주시한 끝에 시즌 막판 조금씩 기회를 줬다. 그는 이호준에 대해 "수비는 박승욱에 밀리지 않는다. 스피드도 좋고, 맞히는 능력도 나쁘지 않다"고 호평했다. "작년에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 당장 중책을 맡기긴 버겁지만 장래성이 기대되는 선수라는 평가. 수비에 안정감이 있고, 스피드와 순발력도 좋다. 대주자-대수비로서의 활용도도 높다.
현재 롯데 내야의 다른 자리는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3루 손호영, 2루 고승민, 1루 나승엽은 팀 타선의 중추다. 윤동희를 중심으로 한 외야도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와 재계약할 경우 빈틈이 없다.
남은 자리는 유격수 뿐이다. 노진혁은 이제 김태형 감독의 마음속에서 유격수보다는 1루와 3루 로테이션 요원으로 분류된 모양새. 이호준은 기존의 박승욱,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한태양(11월) 김세민(내년 1월) 등 또 다른 유망주들과 함께 내년 시즌 유격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일단 어린 게 장점이다. 전반적인 수비를 보고, 주력, 타격, 이런 식으로 나눠봤을 때 몇가지 앞서는 선수를 쓰는 거다. 일단 타고난 재능은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