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영국법인이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차량은 기아의 성공 신화를 처음 만든 소형차 프라이드를 전기차로 개조한 모델이다. 전기 모터로77%나 증가한출력 덕분에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영국에서도'프라이드' 이름으로 판매된 이 차량은 1991년 기아가 영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 선보인 모델이다. 당시 프라이드는 독특한 흰색 타이어로도 유명했다. 미국에서는포드 '페스티바'로 팔렸다. 기아는 당시 포드의 글로벌 소형차 전략에 따라 포드 산하에 있던 마쓰다121 설계를 바탕으로 한국 기아에 위탁 생산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은 1.1리터 및 1.3리터 엔진을 탑재,최대 출력이 60마력에 불과했다. 당시로서는 부족한 출력은 아니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경차급인 셈이다. 이번에 전기차로 개조된 프라이드는 출력을 거의 두 배로 높였다.
1996년형 초대 프라이드 개조는 이렇게 이뤄졌다. 먼저 내연기관을 완전히 제거한 뒤에 모터와 배터리 등무공해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기아와 전기차 전문 업체 일렉트로제닉은 전기차로 바꾸면서 특이하게 5단 수동 변속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덕분에 프라이드의 출력은 107마력, 토크는 235Nm로 증가했고 이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토크 118Nm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능이 크게 개선됐지만 이 수치는 여전히 기본 225마력을 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EV6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무게가 훨씬 가벼워 민첩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프라이드 EV무게는 단 870kg으로 EV6의 2065kg과 비교해 약 40% 수준이다.
프라이드 EV
이 차량에는 에코, 오토, 스포츠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제공된다. 에코 모드에서는 출력을 60마력으로 제한해 연비를 최적화한다. 오토 모드에서는 3단 기어에 고정해 주행할 수 있도록 설정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최대 107마력의 출력을 발휘해시속 100km를 8초 내에 주파할 수 있다. 이는 225마력의 EV6가 기록하는 7.7초보다 조금 느리지만 12인치 타이어로 이 정도 성능을 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외관은원래 프라이드의 고유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기아최신 전기차에서 영감을 얻은 몇 가지 변화를 줬다. 기아최신 EV 모델에서 제공되는 화이트 펄 컬러로 도색했고전조등과 후미등도 업그레이드했다. 실내는 오리지널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그린 스티칭을 더해 현대적감각을 가미했다.
프라이드 EV
많은 전기차 개조 모델들이 새로운 디지털 계기판을 도입한것과 달리 프라이드는 기존 아날로그 계기판을 유지했다. 일렉트로제닉의 기술을 통해 연료 게이지를 남은 배터리 용량을 표시하는 지시계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프라이드에는 10kWh 배터리 팩 두 개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한 번 충전으로 약 193km를 주행할 수 있다. 3.3kW 온보드 충전기를 사용해 완전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는 6시간이 소요된다. 비록 충전 속도는 느리지만 프라이드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실제 주행 거리는 상당히 실용적이다.
기아 영국법인의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전기차 프라이드는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결합한 상징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인에게 판매하지는 않지만전기차로 개조한 프라이드는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최신 기술을 반영해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업사이클링한계를 뛰어넘는 프라이드는 지속 가능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며 기아의 혁신적 행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