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듯한 모습이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 김 여사를 향한 의혹들이 야권과 언론 보도를 통해 동시다발로 제기되면서 의혹의 사실 여하를 떠나 여론 악화와 당정 지지율 하락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총선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를 거듭 강조했던 한 대표의 인식은 최근 한층 엄중해진 것으로 그의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한 대표는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에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이것을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위험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며 "함부로 다룰 수 없고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앞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지난 6일 만찬 회동에선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른다"며 "상황을 잘 보면서 대응을 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는 방어막을 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거나, 민심의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 되면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힐 만한 언급이다.
한 대표는 스스로 밝혔듯 무엇보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민심'을 강조한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선택'과 '행동'까지 거론한 대목이 눈에 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8일 통화에서 "김 여사에 대한 민심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 더 이상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사과로는 부족하고 적절하고 진정성 있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언급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김여사 특검법'을 조만간 재발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4일 '김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부결에 손을 들어줬지만, '특검법이 한 번 더 발의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며 여지를 둔 바 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고민을 넘어 액션해야 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가 굉장히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을 하게 되면 특검법을 방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원내외 전방위로 접촉면을 넓히며 당내 세력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 김 여사 리스크 대응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을 공언했던 그가 김 여사 이슈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대처하려면 당내 우호 세력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정 갈등 및 여권 내부 분열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보니 한 대표는 구체적인 대응 시점과 수위를 놓고는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등에서는 한 대표의 행보에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권성동·권영세 등 친윤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견제구를 날렸고,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한 대표와 원외 당협위원장 모임을 두고 뒷말이 많다. 지금은 대통령 탄핵에 불을 붙이는 야당에 맞서 당이 하나로 뭉쳐 총력 대응해야 할 때"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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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