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하루 쉰 고영표, 기적의 역투 "100구까지도 던질 수 있습니다"(종합)

by


8일 동안 네 번째 등판…LG와 준PO 1차전서 4이닝 1실점 역투
"불펜, 선발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던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단 하루를 쉬고 선발 등판한 kt wiz 토종 에이스 고영표(33)가 주변의 우려를 씻고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고영표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t는 고영표의 역투에 힘입어 LG를 3-2로 누르고 준PO 1차전을 잡았다.
kt는 남은 4경기 중 두 경기에서 이기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고영표는 최근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등판 일지를 보면 숨이 막힐 정도다.
그는 지난 달 28일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5이닝 동안 48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 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틀을 쉰 뒤 1일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18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1실점 했다.
그는 이틀을 쉬고 3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재출격, 1이닝 동안 14개의 공을 던져 무실점 호투했다.
일주일 동안 세 차례 불펜 등판한 고영표는 보직을 바꿔 준PO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kt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지면 떨어지는'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느라 선발 자원을 총동원했고, 이날 투입할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었다.
그러자 고영표는 '오프너' 형식으로 본인이 선발 등판하겠다고 자원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준PO 1차전은 불펜투수를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영표는 최대 50구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
1회 투심 패스트볼과 낙차 큰 체인지업으로 상대 팀 선수들의 타격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홍창기와 신민재를 1루 직선타, 유격수 땅볼로 잡았고, 오스틴 딘은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회엔 중심타자 문보경, 오지환, 김현수을 모두 맞혀 잡으며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2회까지 투구 수 19개로 아웃카운트 6개를 잡은 고영표는 3회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선두타자 박동원을 상대로 체인지업 4개를 연거푸 던지며 세 차례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처리했다.
전가의 보도인 체인지업을 뿌려 후속 타자 박해민은 2루 땅볼, 문성주는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투구 수 30구가 넘어간 4회엔 살짝 흔들렸다.
1사 이후 신민재와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2-1이 됐다. 그러나 고영표는 문보경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오지환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으나 김현수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위기를 벗어났다.
고영표는 이날 계획보다 많은 56개의 공을 던졌다. 체인지업은 37개, 투심은 19개를 뿌렸다.
투혼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끈 고영표는 이견 없이 데일리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2회가 끝난 뒤 이강철 감독님이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100구까지 던질 수 있으니 평소와 똑같이 봐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다만 4회에 지친 모습이 나와 감독님이 끊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무리한 등판 일정에 관해 "올해 정규시즌 때 부진했고, 팔꿈치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 같다. 힘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발이든, 불펜이든 언제든지 던질 준비가 돼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kt는 이날 고영표가 잘 던질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했다.
kt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여파로 서울 시내 호텔 예약이 어려워지자 수원 시내 호텔을 선수단 숙소로 잡았다.
그러나 고영표는 컨디션 유지를 위해 잠실구장 인근 호텔에 따로 방을 마련해줬다.
아울러 주전 포수 장성우, 이강철 감독도 같은 숙소에 묵으며 4일 저녁 준PO 1차전 경기 전략을 따로 세웠다.
고영표는 올 시즌 부상 여파 등으로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 LG를 상대로는 1경기 평균자책점 9.64로 부진했지만, 이날 경기에선 신들린 듯한 제구와 노련한 볼 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