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BIFF] "연기? 언제 그만둘지 몰라"…설경구, '박하사탕'→'불한당'로 돌아본 배우 인생 (종합)

by

[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로 데뷔 32년 차를 맞은 배우 설경구가 단단한 자신의 작품관을 돌아봤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는 설경구가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지난 2021년 신설한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향후 계획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올해 라인업에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설경구는 "1999년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는데, 4회 개막작이 '박하사탕'이었다. 무대에 올라오라고 하는데, 어리바리해서 고개도 못 들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을 가끔가끔 한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영화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실미도', '그 놈 목소리', '해운대' 등 수많은 대표작을 남기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에서 '박하사탕'에 대해 "저는 다시 못 본다. '박하사탕'은 노력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도 대본을 많이 보지 말고, 현장에서 하나씩 만들어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비우고 갔는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감독님 앞을 잘 안 돌아다녔다"며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야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하사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뭔가 감정이 훅 올라온다. 아무리 멀어졌다고 해도 막상 이야기하면 훅 올라와서 마치 한 몸처럼 살아야 하나 싶다. 인터뷰할 때마다 대표작을 '박하사탕'이라고 하는데, 또 이런 작품은 없을 거 같고, 앞으로도 다시 못 볼 거 같다. 죽을 때 같이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그렇다고 장례식장에서 상영하라는 건 아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평소 대본을 보고 눈물을 많이 흘리는지"에 대한 물음에 "한 가지 고백하자면, '생일'은 아예 못 봤다. '소원'은 보겠는데, '소원'이나 '생일'은 대본을 한 번에 못 본다. 갱년기인가 보다(웃음). 다큐를 보면서 울고, 유튜브 보다가 '임밍아웃' 영상 보고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선 "언제 그만둘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고, 매번 그렇게 답했다. 매번 저희는 안 불러주시면 설 자리가 없지 않나. 요즘 드라마나 영화도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경제적으로 생활이 막히는 배우들도 많다. 예전에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서 잊혀졌던 배우들이 나오는데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에게 '지천명 아이돌'이란 수식어를 선물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대해 "촬영하면서 거부감이 많았다. 가슴골, 턱선, 팔뚝 부위마다 보여달라고 해서 속으로는 '뭐 저딴 게 감독이야'라고 생각했다. 전작이 누아르도 아니고, '나의 PS파트너'인데, 장르가 완전히 다르지 않나. 변성현 감독이 '딱 한 번만 자기가 해보라는 대로 해달라'고 부탁하길래 들어줬다. 처음에는 많이 부딪혔는데, 작품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아 하라는 대로 해도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즉흥적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차기작으로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출연을 확정했다.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을 함께하게 된 설경구는 "우리나라에서 배우가 감독이랑 네 작품 함께 한 건 아마 없는 걸로 안다. 네 작품을 하더라도 퐁당퐁당 건너뛰거나. 연속으로는 없는 것 같다. ('굿뉴스'는) 사실 빠질까도 생각했는데, '작품을 의리로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하더라. 저야 불러주면 감사하다. 지금도 변성현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조형래 촬영 감독, 한아름 미술 감독, 변성현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데, '불한당' 팀이 다시 모여 원 팀처럼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신했던 팀인데, 지금은 가장 믿음이 가는 팀이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설경구는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일은 일이고, 저는 저대로 나이를 잘 먹고 싶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설경구는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보통의 가족'은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