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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급실 진료 제한 첫날 충북대병원…'폭풍전야'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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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성인환자 진료 안 해
충북도 비상 진료체계 가동 연장…"중증환자 분산 이송될 수 있도록 지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북 유일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학병원이 응급실 오후 및 야간 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첫날인 2일 오후.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병원을 찾은 황 모(60대) 씨가 응급실에 들어간 지 몇분도 안 돼 밖으로 나왔다.
아픈 한쪽 눈을 감고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한 황씨는 "이 병원에 세제를 납품하러 왔는데 실수로 세제가 눈에 들어가 응급실로 급하게 왔다"며 "근데 응급실에서 진료가 끝났다고 안내해서 어쩔 수 없이 인근에서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찾고 있다"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해 응급실 운영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병원 상황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막상 진료를 문 앞에서 거절당하니 서럽다"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대병원은 10월부터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남겨진 의료진의 업무 피로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전문의 등 20여명의 의료진으로 운영됐던 충북대병원 응급실에는 현재 5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근무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 방침을 사전에 공지한 터라 이날 헛걸음을 한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응급 진료'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은 이 병원 응급실 앞은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1시간에 3∼4번 꼴로 울리던 구급차 사이렌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응급실 안쪽 대기석에도 몇몇 보호자들만 서성거릴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응급실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온 한 의료진은 "하루하루가 다르지만, 오늘 오전에 중증 환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며 "지금은 환자가 없어도 야간에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평일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40명 안팎이라는 점에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대병원에 외래 진료를 보러 온 신모(60대) 씨는 "응급실은 생명과 직결된 급박한 상황에서 이용하는 곳인데 제한된다고 하니 신경이 쓰인다"며 "가뜩이나 동네에 문을 닫는 병원도 많은데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영향을 받으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환자 이모(80대) 씨는 "응급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찾는 병원이었는데 이제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나이가 많아 언제 몸이 아플지 알 수도 없어 더욱 우려스럽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중증 환자를 위한 권역외상센터와 소아 응급진료는 정상적으로 24시간 운영된다"며 "환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며 응급실 운영 정상화를 위해 신속하게 전문의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도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거점 의료센터로 신규 지정된 한국병원이나 비슷한 역량을 가진 종합병원으로 응급환자들이 분산 이송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도내 28개 병원을 대상으로 환자 수용 가능 범위를 파악해 소방 당국에 공유했다"며 "이 밖에도 지방의료원 진료 시간 연장, 비상 진료체계 가동 연장 등 도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w@yna.co.kr
<연합뉴스>